
꿀벌보다 몸집이 다섯 배 이상 큰 말벌은 꿀벌의 천적입니다. 침을 한 번 쏘면 꽁무니가 빠져 죽고 마는 꿀벌과 달리, 말벌은 침을 연속해서 쏠 수 있는 데다 독성이 매우 강합니다. 거기에 크고 강한 턱까지 겸비해 말벌 한 마리가 수백 마리의 꿀벌을 몰살시킬 수 있습니다. 말벌은 꿀벌들이 애써 지어놓은 집을 습격해 꿀벌들의 목숨을 빼앗고 애벌레와 꿀을 약탈해 갑니다. 그야말로 무법자와 같은 존재이지요.
하지만 꿀벌은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말벌 척후병(적의 형편이나 지형 따위를 정찰하고 탐색하는 임무를 맡은 병사)이 출현하면 집에 있는 꿀벌들은 꿀을 따러 간 동료들을 불러 모읍니다. 다른 말벌들이 들이닥치면 집이 초토화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기에 필사적으로 대항하지요. 말벌에게 일제히 덤벼들어 공처럼 에워싸고 날개 근육을 움직여 열을 내는데, 이때 발생하는 열은 말벌의 치사온도인 46도까지 올라갑니다. 온도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급상승시켜 말벌을 퇴치하지요.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개체도 적지 않지만, 그렇게 꿀벌은 단결하여 가족과 집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