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드는 순간까지 수많은 행동을 한다. 그러나 어떻게 씻어야 할지, 옷을 어떤 순서로 입어야 할지, 밥 먹을 때 수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습관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을 말한다. 수면 습관, 식습관, 운동 습관, 언어 습관, 운전 습관, 소비 습관 등 일상은 여러 가지 습관들로 가득 차 있어, 삶은 습관의 연속이라 해도 무방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바로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라고 했다. 아침에 늘 일어나는 시간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다리를 떨다 보면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떤다. 식사 후 커피 마시는 버릇을 들이면 커피를 안 마시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습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굳어져 사람의 일상을 바꾸고 인생을 변화시킬 만큼 큰 위력을 갖는다.
뇌가 일을 쉽게 처리하는 방법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뇌에 길을 만든다. 처음에는 나뭇가지를 헤치고 무성한 풀을 제거하며 가던 곳이 계속 지나면 오솔길이 되듯 어떤 행동을 오랜 시간 반복하면 뇌는 이 행동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법을 익힌다.
우리는 습관 덕분에 여러 가지 일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으며, 습관을 통해 능력을 계발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려운 운전도 계속하면 쉬워지고, 복잡한 요리도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도 해낼 수 있다.
의식적인 행위를 할 때 뇌는 세포에 공급되는 주 연료인 포도당과 산소를 소모한다. 그러나 뇌에는 포도당을 저장하는 공간이 없어 에너지를 절약할 방법이 필요하다. 습관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매번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습관은 에너지를 아끼려는 우리 몸의 지혜인 셈이다.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이를 실험으로 입증했다. 영어 단어 200개와 단어가 아닌 글자 100개를 섞어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며 정상적인 단어인지를 0.5초 안에 하나씩 구분하게 했다. 뇌자도 측정장치(뇌가 활동할 때 나오는 자기장을 측정하여 영상화하는 장치) 촬영 결과, 영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뇌는 활동량이 적음을 의미하는 푸른색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는 활동량이 많음을 의미하는 붉은색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같은 행동도 그것이 습관화된 사람의 뇌는 부담을 덜 느낀다. 그러므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고 쉽게 하길 원한다면, 습관화하면 된다. 문제는 뇌가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길들이는 습관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에 따라 습관은 축복이 되기도, 함정이 되기도 한다.
습관이 운명을 좌우한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영국의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의 말이다. 또, 극작가 토머스 데커(Thomas Dekker)는 이런 말을 남겼다.
“좋은 습관으로 성격을 다스린다면 그때부터 운명은 새로운 문을 열 것이다.”
습관에는 좋은 습관, 나쁜 습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습관이 있다. 개인의 주관에 따라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의 구분이 다르기도 하나, 보편적으로 좋은 습관은 자신과 주위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습관을 말한다.
경청하는 습관, 인사를 잘하는 습관, 주위를 청결히 하는 습관,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습관…. 이런 좋은 습관은 훌륭한 인품을 만든다. 또한 좋은 습관은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나침반이 되어,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평소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습관적으로 줍는 직원이 사장의 호감을 사 중대한 일을 맡게 될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는가.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으로 대문호가 된 톨스토이, 독서 습관으로 명연설을 남긴 링컨, 감사하는 습관으로 장애를 이겨낸 헬렌 켈러 등 훌륭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에게 대체로 좋은 습관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좋은 습관 하나만 길러도 그것이 도미노처럼 연쇄작용을 일으켜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면 건강을 생각해 자연스레 식습관도 바뀌고 몸에 해로운 습관도 자제한다. 또, 부지런해지려는 의지가 생겨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을 할 수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일 아침 잠자리를 정리하는 습관은 생산성과 행복 지수, 절제력과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잠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삶을 행복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작은 변화가 선순환하여 다른 좋은 습관이 몸에 배도록 자극하는 것은 분명하다.
행복을 부르는 습관의 변화
나쁜 습관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으며 사람 간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게다가 전염성이 있어 주변 사람들을 물들이기도 하고, 무의식중에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간절히 원하나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들의 중심에는 대개 나쁜 습관이 자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쁜 습관이라 하면 과식, 음주, 흡연, 낭비, 할 일 뒤로 미루기, 빈둥거리기, 욕하기, 스마트폰 장시간 사용하기, 늦잠 자기, 정리정돈 안 하기, 짜증 내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자신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남들 눈에도 안 좋게 보이는 행위를 습관적으로 계속한다면 불행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가정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소한 생활 습관 차이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이혼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사용한 컵을 그대로 둔다거나, 양말을 뒤집어 벗는다거나, 휴일에 늦게까지 잠을 잔다든가 하는 습관이 작고 사소해 보여도 공동생활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행복 지수도 높으므로,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하는 습관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쳐야 한다.
습관을 바꾸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묵은 것, 익숙한 것, 편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변화를 꾀할 때 발전과 성장이 뒤따른다. “난 원래 이래” 하고 요지부동하기보다는 유연한 마음을 갖자. 개선의 시작은 고쳐야 할 습관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쳐야 할 행동을 무작정 안 하기보다는 새로운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게 더 낫다. 가령 스마트폰을 오래 보는 습관이 있다면 독서 습관을 갖는다거나, 불평하는 습관이 있다면 감사하는 말을 더 많이 함으로써 이전의 습관을 줄여나갈 수 있다.
좋은 습관은 세 번만 안 하면 금세 사라지고, 나쁜 습관은 세 번만 해도 금세 익숙해진다. 나쁜 습관은 대부분 쉽고 편한 것을 좇는 데서 생기지만, 좋은 습관은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자제하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의식이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좋은 습관을 기르는 일을 가족이 서로 격려하며 함께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온 가족이 함께 실천하면 혼자일 때보다 훨씬 쉽게 느껴진다. 텔레비전을 오래 보는 습관을 고치고 싶은데 가족 중 누군가 텔레비전을 계속 틀어놓는다면 확고했던 의지도 시들해진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는 가족의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말고, 서로의 습관이 다를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고치라고 강요하기보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방법을 모색해 같이 노력해보자.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짠’ 하고 달라질 수는 없다. 현재는 과거 습관의 결과이며, 미래는 현재의 습관에 의해 결정된다. 작고 사소한 노력이 쌓여 큰 변화를 이루듯, 작은 습관의 변화가 엄청난 삶의 변화를 일으킨다. 변화한다는 건, 바로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오염된 물이라도 깨끗한 물을 조금씩 부으면 차츰 맑아지는 법. 멈추지 않고 꾸준히, 계속 붓는 게 중요하다. 좋지 않은 습관을 하나씩 내몰고, 그 자리를 보다 나은 습관들로 채워나가자. 나와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습관을 실천해나가는 일이야말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