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에 최적화된 인간의 감각기관

조회 19,924

어릴 적 보았던 영화 속 우리들의 영웅, 슈퍼맨. 그는 초인적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릴 만큼 엄청난 힘, 멀리 있는 물체를 볼 수 있는 뛰어난 시력, 먼 곳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청력 등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들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슈퍼맨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리가 슈퍼맨처럼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외부 자극에 대한 적절한 반응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 환경에서 오는 여러 가지 신호와 정보를 수용한다. 대뇌는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 분석하여 운동기관인 근육으로 적절한 명령을 내려 자극에 반응하도록 한다. 이를 ‘자극과 반응’이라 하며,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만일 외부의 위험에 대해 적절히 반응할 수 없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자극에 대한 반응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인간뿐만 아니라 그 어떤 생명체도 생존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크게 다쳤는데도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더욱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인간이 가지는 자극에 대한 수용 능력은 생존에 최적화되어 있다.

사람의 몸에는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이 있다. 빛을 받아 들이는 눈(시각기), 소리와 같은 진동을 느끼는 귀(청각기), 기체 상태의 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코(후각기), 액체 상태의 화학 물질을 구별하는 혀(미각기) 그리고 압력이나 아픔, 따뜻함이나 차가움을 알아내는 피부(촉각기)가 있다.

이 감각기관들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누구나 먼지의 무게는 느끼지 못해도 책의 무게는 느낄 수 있다. 이처럼 감각기관에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역치’라고 한다. 역치는 감각기관 혹은 감각세포마다 다르다. 역치 이상의 똑같은 자극을 계속 받게 되면 더 이상 그 자극을 수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를 감각의 ‘순응’이라 하는데, 강한 냄새를 맡았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는 냄새를 느끼지 못하곤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감각기관에 똑같은 크기의 자극을 계속 주면 더 큰 자극이 주어지기 전까지는 더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필요한 것만 수용하는 알찬 감각기관

1. 시각, 후각, 미각

슈퍼맨처럼 엄청난 감각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일까? 우리 몸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눈은 빛 중에서도 파장이 약 380 나노미터에서 780 나노미터에 해당하는 가시광선만 받아들인다. 또 우리의 시력은 적절한 크기까지만 볼 수 있다. 만약 맨눈으로 적외선이나 자외선, 전파까지 받아들이고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물체까지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히 많은 전파까지 모두 본다면 그 많은 신호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미생물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생활에 큰 불편을 야기할 것이다. 분명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혼란이 올 것이다.

후각을 담당하는 코는 흔히 냄새라고 하는, 기체 상태의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다. 기체 분자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종류가 무엇인지를 감지하는 것은 우리 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만약 해로운 기체가 몸 안으로 흡입되면 위험한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기체의 작은 변동까지도 민감하게 느껴야만 한다. 그래서 코는 기체 분자의 미세한 변화를 아주 세밀하게 감지한다.

감각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후각은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하나의 냄새에 장시간 노출되면 쉽게 둔감해지기도 한다. 그 결과, 우리 뇌는 더 이상 불쾌한 냄새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런 후각의 특징 또한 생존에 필수적 요인이다.

미각을 담당하는 혀는 액체 상태의 화학물질을 감지한다. 혀가 감지할 수 있는 맛의 종류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네 가지다. 이 맛들의 조합과 후각의 도움으로 다양하고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쓴맛에 대해서는 역치가 매우 낮아서 민감하게 느끼게 되는데, 이는 신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물질들이 주로 쓴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 촉각, 청각

촉각을 담당하는 피부에는 아픔을 느끼는 통점, 압력을 느끼는 압점, 따뜻함을 느끼는 온점, 차가움을 느끼는 냉점이 분포되어 있다. 이런 감각점들이 피부에 고루 분포되어 있으므로 우리가 처한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뜨거움과 차가움을 느 끼지 못한다면 우리 몸이 어떤 상태에 빠질 수 있는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여러모로 환경에 적응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최적화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은 헬렌 켈러는 “보지 못하는 것은 사물과 동떨어지게 하고, 듣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과 멀어지게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청각보다는 시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시각 장애보다 청각 장애가 행복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고 한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청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청각을 담당하는 귀는 가청주파수라고 하는, 20 헤르츠에서 2만 헤르츠 영역의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들리는 이유도 이 가청주파수 중에서도 높은음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의 목소리는 에너지를 가장 적게 사용하여 들을 수 있는 음역대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2만 헤르츠 이상의 소리는 ‘초음파’라고 하는데, 이런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아마 박쥐나 돌고래가 내는 소리도 들어야 할 것이다. 모든 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다섯 가지 감각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몸의 평형을 담당하는 평형 감각기는 청각을 담당하는 귓속에 들어 있다. 우리 몸의 기울기 상태, 위치, 속도, 회전 등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우리 몸이 누워 있는지 서 있는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운동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보지 않고도 파악할 수 있다.

주위 환경과 더불어 우리의 몸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은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가장 적절한 대응과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각 능력은 많은 신호와 정보가 있음에도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범위의 신호만 받아들이고, 그 이외의 신호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영화 『슈퍼맨』에서는 슈퍼맨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특별한 능력들을 감추는 장면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감각 능력은 살아가는 데 가장 적절하게 주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볼 수 없는 것도 보이고 들을 수 없는 소리도 들린다면 아마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가장 적절한 감각 능력을 갖춘 인간, 어떻게 이런 능력이 주어지게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