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떼를 치던 모세가 호렙산에 이르렀을 때다. 불꽃에 타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고 모세가 다가가니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네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라. 내가 애굽에 있는 내 백성들의 고통을 정녕히 보고,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었노라. 내가 내 백성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인도하려 하노라.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어내게 하리라.”
모세가 어쩔 줄 몰라하며 하나님께 대답한다.
“제가 누구이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해내겠습니까.”
“정녕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며, 내 손을 들어 여러 가지 이적으로 그 나라를 친 후에 애굽 왕이 너희를 보낼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 증거로 나무 지팡이를 뱀으로 변하게 하시고, 모세의 손에 문둥병이 발했다가 사라지는 기적을 연이어 보여주신다. 모세는 여전히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저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입니다. 주여,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냐! 누가 벙어리나 귀머거리나 눈 밝은 자나 소경이 되게 하였느냐. 내가 너와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칠 것이고, 네 형 아론은 너를 대신해 말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이 지팡이를 잡고 가거라.”
모세가 마침내 길을 떠난다. 출애굽 역사의 시작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아무 의심 없이 홍해를 향해 지팡이를 내밀 만큼 굳센 믿음을 소유했던 모세도, 처음에는 나약하기 그지없었다. 하나님의 준엄한 명령을 피해 빠져나갈 궁리만 했다.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헤아린 뒤부터는 달랐다. 강퍅하고 위압적인 바로의 행태와 백성들의 불신에도 절실히 하나님을 의지했고, 절대적으로 말씀을 따랐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에 순종하는 모세를 통해 수많은 역사를 일으키셨다.
자기 자신이 부족하고 나약해 보이더라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고 복음의 일꾼으로 세워졌다면 걱정하거나 물러설 필요가 없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며 우리를 가르치시고 부족한 부분을 다 채워주신다. 그래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뜻을 거듭 헤아려보자. 인류의 구원을 애타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온전히 깨달은 자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믿음과 성령의 능력을 입혀주시고, 그들의 손으로 70억 구원의 역사를 이루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