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V.org is provided in English. Would you like to change to English?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표현, 웃음과 눈물

1228 읽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11세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제어 본부에서 일하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라는 다섯 감정이 낯선 환경에서 힘들어하는 라일리에게 행복을 되찾아주기 위해 벌이는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늘 활기찬 기쁨이만큼 걸핏하면 눈물을 흘리는 슬픔이도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수십 가지 이상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감정의 동물이다. 영화에서처럼 인간의 감정을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기쁨과 슬픔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기쁨과 슬픔이라는 양극단의 감정을 표현하는 웃음과 눈물. 단맛과 쓴맛으로 버무려진 인생살이에서 웃음과 눈물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웃음과 눈물이란?

웃음은 단순해 보이지만 여러 복합적인 감정으로부터 발생하는 기이한 감정 표현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으나 사람은 평생 50만 번 이상 웃는다고 한다. 어린이는 하루 평균 400번쯤 웃는데, 어른이 되면서 점차 웃음이 사라져 하루 8번 정도를 웃는다고 한다.

아픔과 고통의 순간, 가슴 벅찬 감동적인 순간, 심지어 하품하는 그 순간에도 나오는 눈물. 눈물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기본적 눈물은 눈동자 표면을 깨끗하고 촉촉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사적 눈물은 양파를 까거나 티끌이 눈에 닿는 등의 상황에서 저절로 나오는 눈물로,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눈을 보호한다. 이 외에도 희로애락 등 감정의 상태에 따라 흘리는 감정적 눈물이 있는데, 이는 수준 높은 인간의 뇌 활동을 보여준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웃음의 원인에 대해 ‘남보다 우월한 상황에서 웃음이 터진다’는 우월성 이론을 주장했다. 코미디언이 영구나 맹구 같은 익살맞고 어리석은 캐릭터로 웃음을 유도하는 방법이 이를 잘 말해준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예상치 못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을 때 웃음이 나온다’는 모순 이론으로 웃음을 설명했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허탈한 결말로 웃음을 자아내는 오락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눈물의 원인도 무척 다양하다. 아프거나 외로워서, 서러워서, 분해서, 절망적일 때 등 원인이 무엇이든 눈물은 일종의 고통에 대한 신호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너무 우습거나 감동했을 때도 눈물이 나온다. 즉, 눈물은 다분히 삶의 극한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웃음과 울음은 단순한 심리적 반응으로만 간주됐다. 그러나 현대에는 뇌과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웃음과 울음을 유발하는 곳을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감정 조절을 주로 맡는 뇌의 변연계대뇌피질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한다.

사람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접하게 되면 뇌의 대뇌피질에서 ‘슬프다’, ‘웃기다’, ‘외롭다’ 등의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감정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 반응을 동반한다. 이때 신체 반응을 조절하는 곳이 변연계와 시상하부, 뇌간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느낌’은 자율신경계 반응이나 근육 운동으로 이어져 근육을 움직이는 ‘표현’이 된다. 우리가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가 자지러지게 웃는, 매우 간단한 행위도 뇌의 여러 부위가 다 함께 움직인 결과물인 셈이다.

타인과 나를 이어주는 감정의 언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웃거나 눈물을 흘리는 행위만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감정 전달이 가능하다. 기쁨, 반가움, 미안함, 서러움 등을 전하는 데는 말보다 앞서기도 한다. 사람마다 겉모습은 달라도 감정은 놀랍도록 닮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기들이 가장 먼저 사용하는 언어도 웃음과 눈물이다.

때때로 다른 사람의 웃음소리만 들어도 전염된 듯 같이 웃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30배쯤 더 많이 웃는다고 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많은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이 미리 웃음소리를 녹음해 재밌는 장면마다 들려준다. 웃음뿐 아니라 슬픔을 비롯한 다른 감정들도 전염성이 있다. 이는 거울에 비친 것처럼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게 만드는 거울 신경 덕분이다.

사람은 서로를 연결하는 감정적 배경을 만들기 위해 웃음을 이용하기도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속담처럼 웃음의 사회적 효과는 상당히 커서 타인과의 교류를 부드럽고 즐겁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리안 라프랑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웃음은 사교적인 자석과 같으며, 신뢰의 바로미터이고, 화를 흩뜨리는 장치이며, 인간관계에 난 상처를 아물게 하는 반창고이자, 사회적 유대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윤활유”라고 기술하고 있다. 즉, 웃음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사회적 신호 중 하나인 것이다.

눈물로 호소하는 것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때론 어떤 말보다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뿐 아니라, 울고 있을 때 슬픔에 공감해줄 사람이 옆에 있다면 자신도 더욱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고통의 신호인 눈물은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라는 결속을 이끌어낸다.

건강을 지키는 웃음과 눈물

주변 사람이 던진 유머 한마디에 큰 소리로 웃고 나면 마음속 짜증과 불만이 씻은 듯 사라지고는 한다. 그래서일까? ‘웃음은 보약’, ‘웃으면 복이 온다’는 격언이 자주 쓰이듯, 웃음은 행복과 건강의 상징으로 꼽힌다.

실제 웃음은 강력한 진통 효과를 지닌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이러한 호르몬은 우울증과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기분을 좋게 하고 통증을 완화시킨다. 웃음은 암이나 세균을 제거하는 NK세포, T세포, B세포 등을 증가시켜 면역 체계를 강하게 하므로 염증성 질환이나 암의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쾌활한 웃음은 30여 개의 안면 근육을 동시에 수축시키고 몸속 약 650개의 근육 가운데 231개를 움직이게 하는 최고의 운동이기도 하다. 웃음을 통해 근육의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단련하게 되는 것이다. 배 속에서부터 뻗쳐오르는 웃음을 터트리게 되면 복식호흡이 되어 횡격막의 상하 운동이 늘어난다. 폐의 구석구석까지 산소와 혈액이 공급되고, 산소를 많이 머금은 혈액이 온몸을 돌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며, 소화기관을 자극해 소화를 돕는다.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라는 말처럼 유쾌하고 즐겁게 웃을 때 우리의 몸 안에서는 그야말로 ‘즐거운’ 변화들이 리드미컬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웃음이 건강에 좋듯, 눈물 또한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단순한 자극에 의한 눈물과 감정적으로 흘리는 눈물에는 성분 차이가 있는데, 감정적 눈물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감정상의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쌓인 독성물질을 배출해내는 매개체가 바로 눈물인 것이다. 감정이 북받칠 때 엉엉 울고 나면 후련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1997년,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영국인들은 큰 슬픔에 빠졌다. 그런데 그해 우울증 환자 수가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신기한 통계가 발표됐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눈물이 평소 억압돼 있던 감정을 해방시켜 정신적 치료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다이애나 효과’라고 불렀다. 슬픈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한바탕 눈물로 흘려버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다.

갓난아기들은 울음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언어를 사용하고 감정표현을 자제하게 되어 우는 횟수가 점차 줄어든다. 성장하면서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사회적 제약을 받음으로써 마음의 병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부정적 이미지의 눈물은 더욱 금기시되고 있다. 평소 억눌렸던 감정을 털어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마음의 균형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웃음과 눈물은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다. 시원하게 웃거나 울면 몸이 가뿐해지고 마음에 쌓인 응어리가 풀린다. 마음의 시야를 넓히는 웃음과 눈물은 자연이 준 힐링법이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눈물은 과거를 돌아보게 하며, 웃음은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눈물로 힘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고, 웃으면서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해석에서 비롯된다. 흔히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들고,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고 한다. 고민을 혼자 끌어안고 끙끙대기보다는 가족, 친구, 동료와 눈물로 아픔을 나누고, 웃음으로 기쁨과 행복을 나누면 어떨까?

“웃음으로 네 입에, 즐거운 소리로 네 입술에 채우시리니” 욥 8장 21절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으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시 56편 8절

참고
이윤석, 『웃음의 과학』, 사이언스북스
최현석, 『인간의 모든 감정』, 서해문집
한광일·김선호, 『울음, 참으면 병 된다』, 삼호미디어
마리안 라프랑스, 『웃음의 심리학』, 중앙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