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가운데서도 물 가운데서도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산불, 태풍, 홍수 등 대형 화재와 풍수해가 빈번해지는 추세다. 한국도 지난해, 유례없는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를 남겼다.
사방을 휩쓸며 삽시간에 덮치는 화재와 수재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화마(火魔)’, ‘수마(水魔)’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도 자연의 위력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하다. 하물며 동물은 말해 무엇할까. 필사적으로 현장을 벗어나 살길을 도모하는 것이 본능이다.
그런 와중에도 본능을 거스르는 존재가 있다. 어미 새는 폭우가 몰아쳐도 둥지를 지키며 알을 품고 불길 속에서도 새끼를 제 품에 감싸 보호한다. 산불이 나서 타 죽은 까투리를 들춰봤더니 그 안에는 꿩병아리들이 살아 있었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축사에 불이 나자 송아지를 구하기 위해 온몸으로 불구덩이를 막고 드러누워,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참는 어미 소의 영상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본능을 거스르고, 본능을 뛰어넘으며 지상에 생명을 지켜온 바탕이 부성애와 모성애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만물은 하나님의 신성을 투영한다(롬 1장 20절).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지극하신 사랑은 아버지의 사랑, 부성애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녀들의 모든 죄를 묵묵히 대신 지신 하나님이 부성의 근본이신 아버지 하나님이시라면, 암탉이 새끼들을 날개 아래 모음같이 자녀를 품으시고 지키시는 하나님은 모성의 근원이신 어머니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불 가운데서도, 물 가운데서도 함께하리라’ 하셨다(사 43장 1~3절). 자녀들을 지옥 불 가운데서 건져주시려 당신의 살을 찢고 피를 흘리는 고통도 마다하지 않으신 아버지 하나님과, 사랑의 품 안에 불러 모으시고 어떠한 재앙 가운데서도 끝까지 지켜 보호하시는 어머니 하나님이 계시기에 하나님의 자녀들은 오늘도 평안을 누리며 영원한 안식처인 천국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