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에서 향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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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동부,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그라스에 봄이 오면 아름다운 꽃 잔치가 시작된다. 장미재스민, 라벤더, 아이리스, 투베로즈, 미모사 꽃이 피어나 온 도시에 꽃향기가 감돈다. 따사로운 햇살과 온화한 바람, 맑고 풍부한 물의 조화가 빚어낸 그라스의 꽃들은 이름만 대면 아는 브랜드들의 향수 원재료로 쓰일 만큼 향이 진하다.

매년 100만여 명의 여행자들이 찾는 그라스는 16세기까지만 해도 향기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장갑, 조끼, 부츠 등의 가죽 제품을 생산·판매했기 때문에, 동물을 도축해 가죽을 얻는 과정에서 생기는 악취와 가죽 자체의 퀴퀴한 냄새가 마을 전체에 진동했다.

불쾌한 가죽 냄새를 없애려고 전전긍긍하던 어느 날, 한 무두질 장인이 해법을 발견했다. 향이 강한 꽃잎 등을 섞은 동물 기름에 가죽을 담갔다 꺼내면 좋은 향이 가죽에 스민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향기 나는 가죽 제품은, 특유의 누린내 때문에 가죽 제품을 쓰지 않던 유럽의 왕실과 귀족들이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그라스 사람들은 꽃 재배 방식, 조향 기술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여러 가지 향을 가죽에 입혔다. 훗날 향수만 따로 만들어 판매했는데, 이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때부터 그라스는 가장 향기로운 도시이자 세계 향수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좋은 향이 나면 자연스레 코를 가까이해 향을 맡는다.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부드럽게 하는 힘이 있다. 꽃향기에도 이렇게 감탄하는데, 영원한 생명과 사랑의 본체이신 하나님의 향기는 어떨까.

하나님께서는 친히 향기로운 희생 제물이 되셨다(엡 5장 2절). 욕심과 교만, 미움, 분노, 무례, 불만, 불순종이라는 죄악과 허물의 악취를 풍기던 우리에게 당신의 거룩한 향을 입히시고 ‘그리스도의 향기’라 불러주셨다(고후 2장 15절). 우리를 사망으로부터 생명에 이르게 하신 그리스도의 향기는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사랑의 향기요 구원의 향기다. 얼마나 큰 은혜인가. 사망과 부패의 골짜기에서 건져주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인내와 절제, 경건과 믿음, 회개와 감사의 향기를 발하자. 침향, 육계, 창포 향보다 짙은 새 언약의 사랑을 널리널리 전하자. 아버지 어머니 하나님 품으로 달려와 안긴 형제자매가 하늘 본향의 그윽한 향기를 마음껏 맡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