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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감탄하면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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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헉헉대며 올라간 산 정상에서 저절로 터져나오는 소리, “와” 하는 감탄. 발아래 펼쳐진 장관이 기막히게 경이로워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냈다는 성취감은 그렇게 외마디 감탄으로 표출된다.

감탄은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복하는 것으로, 포유류 중에서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감탄을 하고 싶은 마음, 받고 싶은 마음이 다분히 내재되어 있다. 사람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에펠탑, 나이아가라폭포 등 유명한 관광지를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와!” 하는 감탄을 자아내지 않는다면 굳이 그곳을 찾을까?

감탄은 모든 일의 원동력이다. 박물관, 미술관을 찾는 것도 고대 유물이나 예술 작품을 보며 감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성공한 이유도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을 감탄시켰기 때문이며, 하다 못해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도 스스로 감탄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감탄은 행복이라는 불을 피우기 위해 불빛을 내는 부싯돌과 같다. 누군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하루에 몇 번 감탄하는지에 있다고 한다. 감탄을 많이 하는 사람은 행복하고, 감탄 소리가 많이 새어나오는 곳은 틀림없이 행복한 장소이다.

아이가 어른보다 행복한 이유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감탄한다.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를 보면서도, 빠르게 달리는 기차나 작은 풀벌레를 보면서도 감탄한다. 아이가 어른보다 행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눈이 오면 “와, 눈이다!” 하고 감탄하는 사람과 출·퇴근길 걱정에 짜증부터 내는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하겠는가.

어른이 되어 경험의 횟수가 늘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감탄은 줄어든다. 그러나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지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다. 굳이 곰이 재주를 부리며 묘기를 보이지 않아도,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야경 아래서 값비싼 선상 만찬을 즐기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면 감탄을 자아내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늘 봐왔던 거라 눈에 익어 깨닫지 못할 뿐이다.

시력을 상실한 지 27년 만에 각막 이식수술을 받고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사람이 있다. 그는 시력을 되찾은 어느 날 아침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한참 동안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 적이 있다고 했다. 해가 구름에 가려 하늘이 빨갛게 물든 풍경이 무척 예뻤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는 날마다 눈에 담고 산다.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을 보거나 키 작은 들꽃을 보면서도 우리는 충분히 감탄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며 하루하루 그 만드신 것을 보시고 “좋았더라” 하고 감탄하신 세상이 아닌가.

더 이상 신기할 것도, 놀라울 것도 없다고 한탄하거나 먹고사는 일에만 매달려 아등바등하지 말고 작은 일에도 감탄해 보자. 작고 사소한 것에 감탄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감사와 웃음과 행복이 따라온다.

감탄은 사랑과 행복이 샘솟는 소리다

감탄사가 가장 많이 터져 나오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잔치가 벌어지는 곳이다. 예식장에서는 곱게 단장한 신부를 본 하객들의 탄성 소리가, 돌잔치에서는 돌쟁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손님들의 감탄 소리가, 회갑·칠순 잔치에서는 “얼씨구” “좋다” 하며 흥을 돋우는 감탄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잔칫날 우울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하나같이 기쁘고 행복하다. 그렇게 기쁘고 행복한 마음은 감탄사로 표출된다.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사랑은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시작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보잘것없는 선물에도 감탄하고, 상대방이 어떤 일을 조금만 잘해도 “우아, 멋져” “이야, 대단한걸” 하며 과도하게 감탄한다. 그것이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사랑 중의 사랑이라 할 수 있는, 엄마가 아이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이 엄마는 갓난아이를 보며 작고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감탄한다. 아이가 웃으면 웃는다고 감탄하고, 목을 가누면 목을 가눈다고, 어쩌다 “엄마”와 비슷한 말을 내뱉으면 엄마를 불렀다며 손뼉까지 치면서 감탄한다. 엄마는 그렇게 아이와 감탄으로 소통하고, 아이는 엄마의 사랑이 충만한 감탄을 먹고 자란다.

가족에게 감탄을

방송국에서는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방청객을 고용한다. 방청객의 역할은 바로 감탄하는 것이다. 어느 강사는 방송국에 가서 강연을 할 때, 방청객들이 PD가 보내는 사인에 따라 감탄사를 낸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적극적인 호응으로 분위기를 띄워주니 강연이 더 잘되더라고 말한다. 감탄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집에서도 감탄의 효과를 발휘해 보자. 아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음, 이맛이야” “이야, 정말 맛있는데” 하고 감탄해 보자. 다음 날 상차림이 달라질 것이다. 아내가 차려내는 음식은 가족의 건강으로 이어지니,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계속 먹고 싶다면 감탄하라. 아내는 남편이 고장 난 제품을 수리했을 때 “남자가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뭐” 하고 심드렁하게 말하지 말고 “우아, 당신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정말 대단해요” 하고 감탄해보라. 남편이 공구함을 들고 다니며 더 도와줄 일이 없나 살필 것이다.

영국의 비평가 러스킨은 “작은 집에서 살면서 워릭성1을 보고 감탄하는 것이 워릭성에 살면서 감탄할 것이 없는 사람보다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칭찬이 꽃이라면 감탄은 꽃다발이다. 스스로 행복하기를 원하고,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면 그저 감탄하면 된다.

1. 워릭성: 영국 워릭셔주 워릭에 있는 중세의 성.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라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와우!” “원더풀!”이 입에 붙은 서양인들에 비해 감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다. 감탄도 하나의 기술과 같아서 많이 할수록 자연스럽고 익숙해지는 법. 판소리에 “얼쑤” 하고 흥을 돋우는 추임새처럼, 밋밋할 수 있는 삶에 감탄사를 넣어 신나게 살아보자. “오, 해피 데이!”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