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소서

한국 군포, 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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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이 온화하고 한없이 여릴 것만 같은 이웃에게 어린 딸이 하나 있는데 아이도 엄마를 닮아 그런지 얌전하고 순하다. 낯도 안 가리고 혼자서 잘 노는 모습을 볼 때면 “아이고, 착하고 예쁘네”라는 칭찬이 진심에서 우러나고는 한다. 이렇게 얌전한 아이라면 데려다 키울 수 있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니 아이 엄마가 손사래를 친다. 잠깐 봐서는 모르지만 하루 종일 데리고 있다 보면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루는 꽤 오래 그 집에 머물렀는데, 아이는 제 뜻대로 되지 않자 엄마를 붙들고 징징거리며 떼쓰기 시작했다. 고집에 못 이겨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던 아이 엄마도 그게 자꾸만 반복되니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듯 결국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 전에 본 기사에 따르면 아이들의 징징거리는 소리가 ‘최악의 소음’으로 꼽혔다고 한다. 뉴욕 주립대 심리학 연구원이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신생아 울음소리, 아이들의 징징거리는 소리, 어른들의 연설 소리, 나무를 톱으로 써는 소리 등 여러 종류의 ‘짜증나는 소리’를 들려주면서 문제를 풀게 했더니 아이의 징징거리는 소리를 들은 참가자들의 결과가 가장 안 좋게 나왔다는 것이다.

참가자가 남자건 여자건, 아이가 있건 없건 결과는 비슷했다. 연구원은 “아이들이 주위에서 징징거리면 미쳐버릴 것 같다는 엄마들이 많은데 이는 엄마가 참을성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실제 그 소리가 사람을 극도로 짜증나게 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주위를 맴돌며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달라고 끊임없이 조른다면 얼마나 귀찮고 피곤할까. 징징거리는 소리가 최악의 소음이라는 연구 결과처럼, 듣는 이에게는 곤욕일 것이다.

예전에 보았던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모든 문제를 하나님 탓으로 돌리는, 늘 불만이 가득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으로부터 전능한 힘을 받게 된다는 설정인데, 주인공은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인간들의 기도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다 소음을 막을 방법을 찾는다. 말소리 대신 서류로 처리하면 체계적일 거란 생각에 인간들의 기도 내용을 파일로 만들었더니 방 안은 온통 서류철로 발 디딜 틈이 없게 돼버리고, 공간을 줄일 셈으로 접착식 메모지로 바꾸자 사방이 메모지 천지로 변해버렸다. 안되겠다 싶어 이메일로 접수를 받았더니 저장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계속 밀려들었다. 하나씩 응답하다 결국 포기한 채 모든 기도에 ‘Yes’로 일괄처리한 다음 날,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밤낮없이 상달되는 자녀들의 기도를 다 들으시고 일일이 응답하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이 느껴진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늘 당신을 필요로 하는 자녀들로 인해 쉬실 틈 없으면서도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하심은 한없이 주고픈 지극하신 하나님의 사랑이리라.

‘들어주소서, 들어주소서.’

그간 무심코 떼쓰고 고집 부리고 때로는 울부짖었던 간구를 희생으로, 사랑으로, 인내로써 들어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 부모라는 이름으로 감당해야 하는 희생은 얼마나 큰가. 그러나 나의 부족함을 다 아시고 능히 채워주실 이는 오직 하나님이시기에 “구하라” 하신 말씀 따라 구하기를 멈추지 않으련다. 무한한 감사와 찬양의 소리를 드높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