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숙아, 딸기 먹으러 와.”
“미숙아, 옥수수가 너무 맛있게 됐어. 쪄 놓을 테니 와서 먹어.”
“미숙아, 산에 가서 두릅이랑 취나물 뜯었는데 너무 맛있어. 먹으러 와.”
먹을 것이 생길 때마다 부르는 큰언니. 육 남매의 맏이인 큰언니는 내가 바쁘다는 걸 알면서도 맛있는 것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연락을 한다.
언니 집에는 대형 냉장고가 둘, 김치냉장고가 둘, 총 네 대의 냉장고가 거실 한편에 나란히 병풍처럼 서 있다. 막내아들까지 군대 보내고 집에는 언니와 형부 단 둘이라 굳이 냉장고가 많이 필요할까 싶지만, 서울에 있는 동생은 물론 미국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오는 동생들 몫까지 챙기느라 냉장고가 하나씩 늘어난 것이다.
냉장고 안은 조그만 밭에 매달려 손수 농사지은 옥수수, 고추, 감자, 토마토, 갖가지 푸성귀 등 본인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동생들을 위해 짬짬이 쟁여 놓은 것들로 늘 풍성하다.
언니는 ‘힘드니까 이제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어느 한 동생이라도 챙겨주지 않으면 마음에 걸려 또 이것저것 챙기게 된다고 한다. 연세가 많은 친정엄마를 대신해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지만 언니는 그것을 자신의 운명처럼 여긴다. 맏이라는 이유로.
언젠가 언니가 “나도 누군가가 챙겨주면 정말 좋겠다”며 속마음을 살짝 내비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언니에게 신경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언니를 살뜰히 위하는 동생이 되고 싶다. 그간 언니로부터 엄마를 대신한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으니, 나 또한 엄마의 사랑을 똑같이 전해주는 것이 마땅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