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남매 중 맏이인 저는 어릴 적, 일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집안일을 하고 동생들을 돌보았습니다. 엄마는 간호조무사로 교대근무를 했는데, 한번 출근하면 32시간, 때로는 68시간 동안 엄마를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엄마가 퇴근하면 편히 쉴 수 있도록 식사를 차려드리고 간호복을 빨아서 다렸습니다. 엄마는 제게 이렇게 부탁하곤 했습니다.
“내 사랑, 엄마의 오른손이 되어줘서 고마워. 동생들의 등교 준비를 도와주렴. 정류장까지 갈 땐 동생들을 앞세워서 뒤따라가며 보호해다오. 그리고 아빠가 집에 오시면 왕처럼 대해드려.”
트럭 운전사였던 아빠는 오랜 시간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신발 벗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녹초가 되셨습니다. 저는 아빠의 부은 발에서 신발을 벗겨드리고, 샤워 물을 받고, 식빵을 구웠습니다. 아빠에게 당뇨병이 있어 인슐린 주사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집에 오면 아빠는 다시 일을 나갔습니다.
부모님은 바쁜 와중에도 쉬는 날이면 저희와 함께했습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저희들의 운동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관중석에서 제일 큰 소리로 응원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은 자신을 위해 쉬는 법이 없었습니다. 여덟 명의 자녀에게 끊임없이 사랑과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셨지요. 그러나 저는 부모님의 노고는 생각지 않고, 가끔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왜 나야? 왜 내가 모든 일을 해야 해? 왜 내가 동생들을 봐야 해? 게네들은 뭔가 할 수 없어?”
부모님은 저를 믿고 집안일과 동생들을 맡기셨는데 저는 철없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여덟 명의 자녀를 먹이고 입히느라 부모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돌이켜보면, 맏이로서 그런 부모님을 도울 수 있었던 건 축복이었습니다. 그 시간이 저를 단련시켰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 저에게 좋은 양분이 되고 있으니까요.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일이라도 그 시간은 절대 헛되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끝없는 사랑을 깊이 이해하고 본받을 수 있도록 저에게 그런 삶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