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선교할 당시, 함께한 식구들과 하루에 한 줄씩 감사 일기를 쓰자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인도에서 복음에 임하는 1년만큼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하시며 사랑을 베푸신다는 사실을 날마다 상기하고 더욱 감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한 줄은 너무 쉽지 않나?’ 싶을 정도로 일기가 술술 써졌습니다. 생소한 환경 속에서 어려운 일을 마주칠 때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했고 일이 해결되면 자연스레 감사가 나왔으니까요. 안전하게 비행기를 타고 인도에 도착해서, 좋은 집을 얻게 돼서, 말씀을 잘 깨닫는 영혼을 만나서⋯. 이것도 저것도 감사한데 한 줄로 요약하는 게 어려워 글씨 크기를 줄여 두 줄, 세 줄로 썼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외국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감사 일기 쓰는 일을 점점 등한시했습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 몰아서 써야지’ 하다가 하루 이틀, 일주일씩 미뤘습니다.
밀린 감사 일기를 한꺼번에 쓰기는 힘들었습니다. 달력을 보며 ‘저 날 어떤 일이 있었더라?’ 하곤 기억을 더듬어 겨우 적었습니다. 분명 아침에 일어나 잠드는 순간까지 감사한 일이 있었을 텐데 잘 생각이 나지 않고 감사한 일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일기 한 줄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감사가 사라진 자리에는 원망이 들어섰습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왜 그런 일로 화를 냈지?’ 하고 후회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처음 해외선교를 계획할 당시의 다짐을 되새겼습니다. 이곳에서 겪는 모든 일을 통해 감사하는 법과 자족하는 법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애썼던 마음을요. 그날부터 휴대폰 다이어리에 하루하루 어떤 활동을 했는지, 누구와 함께했는지 적고 그때그때 느낀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붙여 두었습니다. 감사 일기를 쓸 때는 휴대폰 다이어리를 보며 감사할 일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감사 일기에 다시 진심이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도 마음속에 피어나는 갖가지 불평들로 감사를 실천하지 못하던 저는 감사 일기를 통해 점차 감사가 생활화되어 갔습니다. 다른 식구들의 감사 일기를 읽고 제가 감사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같은 일을 겪어도 각자 감사를 느끼는 부분이 달라 더 풍성한 감사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단 하루도 감사하지 않은 날이 없었음을 깨닫고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는 말처럼, 감사하는 습관은 우리가 하나님 자녀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작고 사소한 부분부터 꾸준히 감사를 올리려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오늘의 감사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