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일처럼

한국 순천, 구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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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장마는 유독 길었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맑게 갠 하늘을 보며 마음을 좀 놓나 싶었지만 수재민들은 그럴 여력이 없을 듯했습니다. 제가 사는 순천 인근 도시들도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저지대 농경 지역은 물론 아파트까지 침수되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재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주변 교회 식구들과 함께 곡성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며 본 모습은 뉴스에 나온 것보다 더했습니다. 거의 다 무너진 둑, 뿌리째 뽑힌 나무, 이곳저곳 파여 한창 보수 작업 중인 도로…. 정말 참담했습니다.

한 시간가량 달려 장어 양어장에 도착하니 폐사한 장어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곧바로 물 빠진 양어장에 들어가 곳곳에 파묻힌 자재를 하나씩 바깥으로 빼냈습니다. 가벼운 물건들은 한꺼번에 포대에 담아 줄지어 나르고, 무거운 물건들은 여러 명이 같이 옮겼습니다. 도저히 들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쇠파이프 골조도 다들 힘을 합치니 번쩍 들렸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끼고 있던 고무장갑과 옷, 얼굴까지 진흙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누구 하나 힘들다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모두 열정적으로 봉사에 임했습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희를 지켜보던 한 관계자가 더운 곳에서 식사하지 말라며 사무실을 내주었습니다. 덕분에 쾌적한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더욱 힘내서 남은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양어장 관계자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고마워하고 감동받았다는 소식에 저희도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어도 그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수해 현장에 직접 가보니 모든 게 내 가족의 일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혹시 갑작스러운 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다면 지체하지 않고 달려가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