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동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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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전신주 꼭대기에서 안전벨트에 몸이 묶인 채 정신을 잃고 거꾸로 축 늘어져 있습니다. 바로 옆 전신주에는 또 다른 남자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정신을 잃은 남자에게 인공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1967년 7월,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시는 폭염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자 도시가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출동한 전기 기사 랜들 챔피언이 전신주 위로 올라가 작업을 하다가 그만 흐르는 전류에 감전되어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동료 톰슨은 다급하게 그에게 다가가 인공호흡을 했고, 근처에 취재를 하러 왔다가 우연히 사고를 목격한 사진 기자 로코 모라비토가 그 절박한 순간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은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던 챔피언은 톰슨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강한 전류가 흐르는 동료의 몸을 주저 없이 부둥켜안고 호흡을 불어넣는, 이 아름다운 장면이 담긴 사진은 이듬해 ‘생명의 키스’라는 제목으로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