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 8장 32절
하나님께서는 하늘에서 죄를 짓고 이 땅에 내려온 죄인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시기 위해 새 언약의 진리를 허락하셨습니다. 학창 시절 진리를 영접한 저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영적 자유의 축복을 한껏 누렸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뒤로 달라졌습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면서 하나님의 계명과 가르침이 나를 구속하는 족쇄처럼 느껴졌습니다. 한 번 싹트기 시작한 불평과 원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처음 사랑과 감동은 점점 사그라들었습니다. 식구들의 애정 어린 충고와 관심도 부담스럽기만 했습니다.
제 자신이 영적으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예전처럼 하나님의 뜻대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요.
환경이 바뀌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신앙에 임한다면 부정적인 마음을 떨쳐내고 기쁨 넘치던 처음의 믿음을 되찾을 수 있을 듯했습니다. 마침 기회가 닿은 어학연수는 적절한 기회였습니다. 고민 끝에 막연한 기대를 안고 호주의 브리즈번으로 떠났습니다.
단지 환경이 바뀐다고 대번에 신앙의 자세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호주에 와서도 저는 여전히 자기중심적이었고, 천방지축에 좌충우돌이었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는 것처럼요.
학원 코스를 마치고 비자 기간이 조금 남았을 때였습니다. 여유가 있어 교회에 가는 횟수가 점점 늘었는데, 그제야 그간 무심히 보아왔던 주변 상황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에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한 영혼이라도 찾겠다는 사명감이 가슴속에서 작은 불꽃처럼 일었습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복음의 열정인지! 용기를 내어 복음의 일선에 나선 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토록 열심히 전도한 적은 없었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체력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결실이 없다 보니 더욱 힘이 빠졌습니다. 게다가 은혜로운 식구들과 함께하는 동안 제 단점과 모난 성품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답답하고 막막하고 속상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와 혼자 눈물을 훔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발걸음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었습니다. 괴로울 때마다 하늘 어머니께 간구의 편지를 쓰며 마음을 다잡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전도에 더 힘을 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절박하게 도움을 청하는 저를 기꺼이 도와주셨습니다.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강인한 체력과 믿음을 허락해 주셨고, 하늘을 찌를 듯 한없이 높아진 마음을 낮춰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큰 복음의 원동력은 꾸준히 내려주시는 복음의 결실이었습니다. 갓 진리를 영접한 여린 형제자매들이 엘로힘 하나님을 입술로 시인하고, 새 언약의 규례를 소중히 지키고, 용기 있게 가족과 친구에게 말씀을 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때는 전도를 무의미한 일로 여겼습니다. 없는 시간까지 쪼개어 말씀을 전하는 식구들을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하늘 가족을 찾는다는 것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으니까요. 너무나 짧고 얕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부족하고 철없는 제 심령을 일깨워주시려 전도의 사명을 맡겨주시고 복음의 귀한 달란트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송구할 따름입니다. 복음 전하는 데 참여해 보고서야 비로소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버지 어머니께서 자녀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가슴 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내 멋대로 행동하던 제 자신이 그간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고, 식구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근심과 염려를 끼쳤는지도요.
하나님께서 왜 복음의 사명을 부탁하셨는지 알겠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외부 환경이나 상황이 아닌 내면에서부터 시작되고, 내면의 변화는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니까요. 호주에서도 복음의 사명을 외면했다면 제 영혼은 지금까지도 방향을 잃은 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분별하지 못하고 철없이 행동하던 제가 거듭나기를,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헤아릴 수도 없는 기나긴 시간 동안 기다려 주셨습니다. 이제 제 마음속에는 불평불만이 아닌 행복과 기쁨만 가득합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과 기다림으로 빚어진 은혜이자, 진리를 깨달은 자로서 누리는 영혼의 자유입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그동안 못했던 몫까지 열심 낼 일만 남았습니다. 복음이 완성될 그날까지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진리를 전파하는, 신실하고 겸손한 일꾼이 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