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 생일이었습니다. 바쁜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왔는데, 어쩌다보니 하루 종일 식사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 딸아이가 쏜살같이 뛰어나와 그림 편지를 내밀며 “엄마, 생일 축하해요”라고 하더군요. 노란색 종이에 볼펜으로 얼굴은 크고 몸은 작은 사람을 그려 놓고 엄마라고 했습니다. 아직 글씨를 쓸 줄 몰라 글은 아빠에게 부탁했다면서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빠와 함께 슈퍼에 가서 샀다면서 제가 어릴 때 먹었던 추억의 과자도 선물로 주었습니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참 이뻤습니다.
아들도 선물이 있다며 케이크와 화장품을 가져왔습니다. 용돈을 아끼려 일요일에는 절대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짠돌이 아들인데, 자전거 사려고 모아둔 용돈으로 선물을 샀다는 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남편의 선물도 열어보았습니다. 정장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스카프와 제가 좋아하는 색의 립스틱이었습니다. 이렇게 가족의 선물을 한가득 받은 저는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생일에 미역국도 못 먹은 적이 있습니다. 선물은 고사하고 케이크라도 받아봤으면 하고 눈물 흘린 적도 있습니다. 저에게 생일은 행복한 날이 아니라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하는 가장 슬픈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님 안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한 생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린 날의 설움을 모두 덮을 만큼 선물도 가득 받으면서요. 선물 중에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사랑하는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