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고을의 원님이 민정을 살피기 위해 나무꾼으로 변장한 뒤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갈증이 난 원님은 근처의 부잣집 대문을 두드렸다.
“지나가는 나무꾼입니다. 목이 말라서 그런데 냉수 한 사발 얻어 마실 수 있겠습니까?”
마침 대문 가까이 있던 부자가 초라한 행색의 나무꾼을 보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인을 불렀다.
“이 사람이 목이 마르다는데 물을 바가지째로 먹여주어라!”
물을 떠온 하인은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닌 듯 바가지에 있던 물을 그대로 나무꾼에게 끼얹었다.
봉변을 당한 원님은 동헌으로 돌아와 관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부잣집으로 향했다.
부자는 원님을 보고 맨발로 뛰쳐나왔다.
잠시 후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음식상을 받은 원님은 부자에게 물 한 바가지를 청했다. 부자는 의아한 마음을 감추고 하인을 시켜 물을 한 바가지 가져오도록 했다.
물바가지를 건네받은 원님은 갑자기 자신의 옷에 물을 쏟았다. 당황한 부자가 어쩔줄 몰라 하자 원님이 말했다.
“이것은 사람이 아니라 옷을 보고 차려온 것이니 당연히 옷이 먹어야 하지 않겠소?”
그제야 원님이 아까 보았던 나무꾼인 줄 알아본 부자는 머리를 땅에 박고 백배사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