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출간 이래 줄곧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성향과 사고방식에 차이가 나는 이유가 서로 다른 별에서 왔기 때문이라는 기발한 발상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한편, 남녀의 적절한 심리 묘사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사실 동성끼리도 말이 안 통할 때가 있다.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도 갈등은 존재한다. 그러니 불통의 원인이 성별의 차이에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여자는 이래서 문제야”, “남자가 다 그렇지 뭐” 하며 하나의 인격체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 지어 섣불리 판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 다만, 남녀가 가진 사고방식과 습성, 의사전달 방식 등 태생적으로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누가 더 우월하다거나 열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서로 다를 뿐이다.
따라서 충돌을 예방하고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물론 남녀의 성향에도 개인차가 있지만 상대방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을 고쳐보려고 애쓰거나 비판하는 대신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엄마 따라 우는 딸, 무심한 아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남녀 유아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엄마가 손가락을 다친 체하며 우는 시늉을 하자, 남자아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하던 놀이를 계속한 반면, 여자아이들은 슬픈 표정을 짓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하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하지만 남자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자신이 군대에서 고생해봤기 때문에 군인들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들의 갈등은 잘 공감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표정을 잘 읽는 여자
여자는 다른 사람의 표정만 보고도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한다. 여자아이는 엄마의 눈빛만 보고도 기분을 금방 알아차리지만 남자는 엄마나 아내의 기분이 어떤지, 화를 낸다면 왜 화가 났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도리어 “왜(요)?” 하며 속을 긁기 마련이다.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잘 알지 못하고, 또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는 습성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감정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는 자신의 미묘한 감정을 남편이 모두 알아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언짢을 경우, 이러이러해서 지금 감정 상태가 이러하다는 것을 말로 잘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랬어?”, “속상했겠다” 이 한마디에 위로받는 여자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면서 마음이 정리되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내가 그날 있었던 일이나 고민을 말하면 남편은 눈을 맞추고 호응만 해주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여자는 대화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고자 하지만 남자는 해결책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종종 충돌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오늘 집안일을 한꺼번에 했더니 허리가 아프네요.” “내일 병원에 가봐.” “그 정도는 아니에요.” “평소에 운동을 안 해서 그래. 짬짬이 운동 좀 해.”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그럼 나더러 대체 어쩌란 말이야?” 이러다 보면 대화는 결국 싸움으로 이어진다. 아내는 “아이고, 그랬어? 고생했네.” 이 한마디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아내의 푸념에 무작정 충고를 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유념하자.
동굴로 들어가는 남자
여자가 말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면, 남자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 박사의 표현에 의하면) 동굴 속으로 들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남자가 혼자 있고 싶어 하고 말수가 적어지면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기 쉬우나, 이는 남자의 보편적인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억지로 동굴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거나 대화를 시도하며 요구하지도 않은 조언을 해주려 할수록 남자가 동굴 속에 있는 시간을 지체시킬 뿐이다.
또한, 남자의 뇌는 휴식 상태로 재충전하는 것을 필요로 하므로 조용히 쉬고 싶을 때가 있다. 멍하니 TV를 본다거나 몇 시간씩 낚싯대를 드리우고 사색에 잠기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때로는 운동을 하거나 좋아하는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으로 골치 아픈 문제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럴 땐 상대방의 말을 건성으로 듣기도 하고 다른 것은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남편이나 아들을 다그치지 말고 잠시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자. 하지만 아내나 엄마가 입을 다물면 관심을 갖고 대화를 유도하는 편이 좋다.
남자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여자는 아이를 달래면서 밥을 안치고 라디오를 들으며 중간중간 집을 정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남자에 비해 훨씬 많아 양쪽 뇌의 교통이 원활하므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처리하도록 되어 있기에,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면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TV를 보는 남편이나 아들을 불렀을 때 한 번에 대답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안 들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 기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자에게 여러 가지 일을 부탁할 때에는 한꺼번에 말하지 말고 하나를 끝낸 뒤에 다른 것을 부탁해야 한다. 아들에게 “양치했어?” “숙제는?” “준비물은 챙겼고?” 하며 한꺼번에 묻는 것은 거의 잔소리에 가깝다.
간접화법에 능한 여자
남자는 직설적이고 간략한 화법을 구사하는 반면, 여자는 간접적인 화법에 익숙하다. 원하는 것을 빙 둘러서 암시적으로 내비치며 상대방이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아내가 “당신, 스파게티 먹고 싶지 않아요?”라고 묻는 것은 남편이 스파게티가 먹고 싶은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나 스파게티 먹고 싶어요’라는 의미다. “새로 산 원피스 어때요?”라고 물으면 객관적인 판단은 접어두고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면 아내는 흡족해 할 것이다. 만약 남편이 원하는 대답을 안 해주거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아내는 서운해하거나 화내지 말자. 그건 남자의 잘못이 아니다.
남자에게 최고의 칭찬은 인정
남자는 인정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 때론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도 자신이 용기 있고 대담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서 해결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자신을 무능력한 존재로 내비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습성이 있어서, 길을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찾아가려 한다. 그럴 땐 옆에서 지시하거나 재촉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가 길을 찾으면 기뻐해주자.
또, 남편이 선물을 주면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기뻐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자. 그것 또한 남편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남편에게 “당신이 최고야”, “당신 정말 대단해” 그리고 아빠에게 “아빠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빠를 믿어요”라고 말한다면 그는 정말 최고의 가장이 되기 위해 힘써 노력할 것이다.
이 외에도 남녀의 차이는 수없이 많다. 남자는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난 반면 물건을 잘 못 찾고, 여자는 물건을 잘 찾는 반면 방향감각에는 어둡다. 사랑 표현도 다르다. 여자는 말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남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남편이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한다고 해서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거운 짐을 들어준다거나 함께 시장에 가는 것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낀다는 증거다.
남자라면 여자의 말에 귀 기울이며 관심과 애정을 적극 표현하고, 여자라면 남자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격려하며 인정해주자.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다르게 지으신 것은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며 부족한 것은 채워주면서 살라는 뜻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