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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칠순 잔치

한국 서울, 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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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일은 엄마의 칠순이었습니다. 기억에 남을 멋진 칠순 잔치를 위해 작전에 돌입한 우리 사 남매는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생신 전날, 약속한 장소에 모였습니다. 부모님, 큰오빠네 5명, 언니네 4명, 작은오빠네 6명, 그리고 저까지 총 18명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하룻밤을 묵을 계획으로 큰오빠가 숙소를 예약해 둔 터였습니다.

그날,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작은오빠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1부 행사의 막이 올랐습니다. 사회를 맡은 작은오빠는 식순이 적힌 종이를 식구들에게 나눠주고 준비한 마이크를 꺼내 들었습니다. 먼저, 아버지가 대표로 축하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라는 짧고 굵은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묵직하게 와닿았습니다. 이어 다 함께 생신 축하 노래를 부르고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감사패 제작은 제가 맡았는데, 감동적인 문구를 만드느라 고심했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기뻐하시니 뿌듯했습니다. 시끌벅적,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식사한 후 가볍게 산책을 하고 숙소로 갔습니다.

숙소에 축하 현수막을 걸어 무대를 만들고, 영상을 띄울 빔프로젝터를 설치한 뒤 부모님을 모셨습니다. 2부 행사의 시작은 손주들의 장기 자랑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동안 연습한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와 태권도 시범, 노래 등을 선보이며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렸습니다. 할머니를 끌어안고 풍선 터트리기도 했는데, 풍선 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릴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다들 열정이 대단해서 무대가 좁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후, 부모님께 ‘어버이 은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2부 행사가 일단락되고, 다과와 함께 영상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은오빠가 준비한 10분 남짓한 영상은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로 꾸며졌습니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과 결혼, 우리 남매들의 어릴 때 모습, 우리가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길러온 과정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각 가정에서 부모님께 보내는 영상 편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모든 순서가 끝났습니다.

엄마는 칠순 잔치를 이렇게 행복하게 보낸 사람은 당신뿐일 거라며, 칠십 평생 가장 행복한 날이라 하셨습니다. 자식 네 명과 그 식솔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한자리에 모여 잔치를 하니 무척 기쁘셨나 봅니다. 평소 마음에 있는 말을 잘 안 하시는 아버지도 “준비하느라 애썼다”며 흐뭇해하셨습니다. 부모님이 행복해하시니 저희도 기뻤습니다.

그날 이후, 엄마는 주변 분들에게 칠순 잔치를 자랑하느라 행복한 날들을 이어가셨습니다. 잔칫날 찍은 사진으로 만들어 드린 앨범은, 생신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어 하시던 엄마에게 또 다른 선물이 되었습니다. 감사패는 지금도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세워두고 종종 읽어보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엄마를 기쁘시게 할 수 있을까?’

사 남매가 함께 머리를 맞대며 힘을 합쳐 준비하니 그 과정도 순탄했습니다. 때로는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적도 있었지만, 누구 하나 질책하지 않고 그저 “잘했다”, “고생했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했습니다. 그렇게 한마음이 되었기에 부모님께 큰 기쁨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도 그러시겠지만, 저희 역시 그 행복했던 날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