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꽃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는 아마도 자녀가 아닐까요? 기쁨의 근원인 자녀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은 세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랑은 깊은 바닷속에 숨어 있는 귀한 보석 같아서 쉽게 깨닫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는 어디를 가든지 저를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아버지의 일터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함께 어울리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그러길 원치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몰래 놀러 나갔다가 꾸중을 듣기도 했지요. 그 대신 제가 원하는 장난감과 필요한 모든 것을 어디에서, 어떻게든 사 오셨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도록 교훈하시며 엄격하게 키우셨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다 보면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저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고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아버지 말씀을 지키느라 가고 싶은 곳에 못 가고 내 뜻대로 하지 못하니 답답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하나둘 쌓여갔고, 집이 감옥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저는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밭에서 일하고 있을 때 저는 가방에 옷가지를 챙겨 조심스럽게 집을 나섰습니다. 그때는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아서 도보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생길지 전혀 모른 채 목적지도 없이 눈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배가 고파도 돈이 없어 내내 굶다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리면 나무 잎사귀를 따 먹었습니다. 밤이 깊으면 길 위에서 잠을 자고 해가 뜨면 온종일 걷고 또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숲속을 걷거나 강을 건널 때는 무서웠고, 간혹 비를 맞아 흠뻑 젖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고통을 참기 힘들어서 집에 돌아갈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멀리 떠나왔기에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설령 집으로 돌아간다 해도, 화가 단단히 나셨을 아버지가 두려웠습니다.
집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밤 12시까지 일하고 다음 날 새벽부터 다시 일하는 일과가 반복되다 보니 피곤이 쌓이고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갔습니다. 종일 고단한 일을 한 후 밤에 잠을 청하려고 몸을 뉘여도 괴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더워서 몸에는 땀띠가 나고 밤새 모기가 물고, 가끔은 비가 새서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일하다 생긴 상처들로 손이 엉망이 되어 더는 일하기 힘든 지경이었지만 생활을 위해 계속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를 이해하고 불쌍히 여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끊임없는 고난 속에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아픈 저를 등에 업고서 병원에 데려가고, 제가 악몽에 시달릴 때면 품에 안고 위로해주시던 어머니가 떠올라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일터에 데리고 갈 때도 제 손을 꼭 붙잡으시던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아버지 말씀을 따르기만 하면 좋은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시고 제게 필요한 모든 것을 해주셨는데…. 집을 떠나온 지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가족이 그리워진 저는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벨이 울리고, 누나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누나는 울먹이면서, 제가 집을 떠난 날부터 모두가 저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찾으러 이곳저곳을 헤메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부모님이 고통받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순간의 자유를 위해 스스로 부모님의 품을 떠났던 지난날을 뉘우치며 통곡했습니다. 마침내 저는 고향에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부모님도 저를 무척 반겨주셨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잃어버렸던 자녀를 다시 찾았으니 기뻐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가족과 다시 상봉했던 감격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가족들과 날마다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인생의 귀한 순간에 하나님의 진리를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성경 말씀을 살피면서, 이 땅의 가족 제도가 하늘에 있는 것의 모형과 그림자임을 깨달았습니다. 육의 부모님이 계시듯 우리 영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존재하신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육의 부모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랑을 통해 하늘 부모님의 사랑을 더 깊이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집을 떠나서 부모님께 큰 상처를 남겼던 저는 아버지의 훈육이 제 미래를 위한 것이었음을 알지 못했던 어리석은 자녀였습니다. 하늘에서도 영의 부모님의 사랑을 잊어버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았던 죄인이었지요.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온갖 죄악으로 물든 자녀라도 생명수로 깨끗이 씻어주시고 완성품으로 빚어가시려 수고와 희생을 아끼지 아니하십니다. 그 은혜에 진정 감사드립니다.
집에 돌아와, 헤어졌던 가족을 마주했을 때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행복합니다. 수 천 년 전에 헤어졌던 영의 가족을 만났으니까요. 이제는 엘로힘 하나님의 근심이 되지 않도록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는 자녀가 되겠습니다. 잃은 형제자매 속히 찾아서 어머니 손잡고 하늘 본향에 돌아가 아버지를 기쁘게 상봉할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