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 나비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수분(受粉)]를 하는 꽃들은, 대체로 은은한 향기와 아름다운 꽃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꽃가루를 운반해 줄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산수국 역시 곤충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크고 화려한 꽃잎 대신 세밀한 꽃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여느 꽃들처럼 눈에 확 띄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국은 특단의 조치로 가짜 꽃을 만들어냈습니다. 꽃받침을 변형시켜 마치 꽃과 같이 보이게 한 것이지요. 열매 맺지 못하는 꽃이라 하여 이를 ‘헛꽃’이라 부르는데, 꽃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국이 바로 헛꽃만 피도록 개량한 품종입니다.
헛꽃은 참꽃의 가장자리를 빙 둘러 벌과 나비를 불러들입니다. 수분이 끝난 꽃은 떨어져버리기 마련이지만, 헛꽃은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대신 수분이 끝났다는 표시로 잎이 땅을 향합니다.
참꽃의 수분을 돕고, 자신의 사명을 다한 뒤에는 고개를 떨구는 산수국의 아름다운 헛꽃.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이 신비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