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편안한 자세를 떠올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 기댄 모습을 상상한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매트리스와 쿠션이 몸의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편안한 자세를 취하면 마음까지 편해지기 마련이다. 말도 상대의 귀와 마음에 편안하게 전달되려면 쿠션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특히, 요구 사항을 말하거나 거절할 때, 조언하거나 반대 의견을 제시할 때 등 상대방과 자칫 갈등을 빚을 수 있는 경우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듣는 이에게 불쾌감이나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완곡한 표현으로 전달하는 대화 기법을 ‘쿠션화법’이라고 한다.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직에서 주로 사용하는 화술로 알려진 쿠션화법은 가까운 가족을 대할 때에도 필수적이다. 사람은 익숙한 관계에 있는 타인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지 않고 할 말을 직설적으로 내뱉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배려와 존중이 담기지 않은 말은 듣는 사람에게 마치 쿠션 없는 딱딱한 의자에 억지로 앉은 듯한 불편함을 준다. 듣는 이는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 결국 자리를 뜨게 된다.
쿠션화법1. 부탁·요구 사항을 말할 때
“내가 설거지할 테니까 당신이 청소해.”
“엄마 귀찮게 하지 말고 가서 혼자 놀아.”
“아빠, 치킨 사줘.”
가족은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다. 그렇다 보니 부탁과 요구 사항을 당연히 들어줄 것이라 기대하고 명령조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설령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도 강요나 지시를 받으면 들어줄 마음이 달아나고 만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강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요구라도 자신의 선택에 의한 자발적인 의지가 있어야 기쁜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다. 그러므로 부탁할 때는 상대방이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쿠션화법을 활용하여 권유·청유형 어조로 말하는 것이다. 위에 제시된 예시를 쿠션화법으로 바꾸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여보, 피곤하겠지만 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청소 좀 해줄래요?”
“엄마랑 같이 놀고 싶구나? 엄마도 같이 놀고 싶은데 지금은 할 일이 있어. 너 혼자 10분만 놀다 올래?”
“아빠, 오늘 치킨을 먹고 싶은데 저녁에 사주실 수 있으세요?”
같은 요구라도 이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에게 훨씬 부드럽게 전달된다. 가족이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내게서 나간 말이 어떤지 돌이켜 보자.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가족이 요구에 응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쿠션화법2. 부탁·요구 사항을 거절할 때
사랑하는 가족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 부탁의 내용이 무리한 경우도 있고, 당장 들어줄 상황과 여건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상대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절 의사를 “싫어”, “안 돼”, “아니”라는 단답형으로 대답해 버리면 곤란하다.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거절을 당하면 부탁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존재가 상대로부터 거부당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거절의 표현까지 냉정하면 감정은 손상을 입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거절할 때는 거부 의사에 폭신한 쿠션을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부탁하는 상황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음을 표현하자. 그런 다음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상대가 납득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마지막으로, 대안을 제시해 서로 만족할 만한 방법을 찾자. 이렇게 쿠션화법을 사용하면 거절로 인해 유발되는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설혹 대안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부탁을 들어주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좋은 감정을 전할 수 있다.
가령 휴일에 쉬고 싶은데 배우자가 아이를 데리고 바깥나들이를 가자고 요구한다면, “휴일엔 나도 좀 쉬자!” 혹은 “다음에 가자”며 귀찮은 듯 답하거나 얼렁뚱땅 미루지 말고 이렇게 말해보자. “나도 당신과 아이랑 밖에 나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런데 이번 주는 피로가 많이 쌓여서 그런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그러니 다음 주에 가는 건 어때?”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거절에 서운해하기보다 집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줄지도 모른다.
쿠션화법3. 조언·반대 의견을 제시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조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조언에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내용이 아무리 상대방에게 필요한 말이라도 화법과 말투가 직설적이면 기분 좋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만일 사랑하는 가족에게 꼭 해주고픈 말이 있거나 누군가 먼저 조언을 구해온다면 나의 의견뿐만 아니라 사랑이 같이 전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잘못된 행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칭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말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당신은 다 좋은데 게으른 게 문제야” 대신 “당신은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나무랄 게 하나도 없을 거야”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렇게 말하면 칭찬이 폭신한 쿠션과 같은 역할을 해, 조언인 줄 모르게 조언할 수 있다.
가족과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의견은 틀렸다’는 투로 말하는 건 삼가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입장과 생각이 다르므로, 자신의 기준에서는 옳더라도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할 때는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예스 벗(Yes, But) 화법’이다. 이는 나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말에 공감하고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런 면이 있지”, “맞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처럼 상대의 의견을 먼저 수용하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다음에 하면 된다. 공감과 인정이 완충 작용을 하므로 뒤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한다. 이처럼 서로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로 대화할 때 좋은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쿠션화법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존중은 쿠션의 솜과 같다. 커버 속에 솜이 있어야 폭신한 쿠션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듯, 진정한 쿠션화법을 구사하려면 그 속에 존중을 가득 채워야 한다. 그와 동시에 비언어적 요소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부드럽고 완곡한 표현으로 말해도 쏘아붙이는 듯한 말투나 굳은 표정으로 하면 상대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표정이나 몸짓도 말에 걸맞게 부드러워야 쿠션화법이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상대방이 거부감을 덜 느끼게,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전달해야 하는 까닭은 상대를 향한 존중이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결국 그러한 소통이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때문이다. 서로 존중하는 가족은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다. “나는 당신을 배려합니다”, “존중합니다” 하고 직접 말하지 않아도, 나의 말을 통해 가족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에 쿠션을 넣어보자. 쿠션처럼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까이하고 싶은, 폭신하고 편안한 쿠션 같은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