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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온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그의 목소리로 짐작한다.
사랑한다면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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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좌우한다. 빗소리, 파도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 그리고 자장가처럼 잔잔한 소리는 긴장을 풀어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클래식과 같은 연주 음악은 정서뿐만 아니라 두뇌 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공사 현장에서 나는 시끄러운 기계 소리나 자동차 경적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소리는 크기와 높낮이, 음색, 강약 등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지는데, 사람이 내뱉는 말[語] 역시 목구멍에서 나는 일종의 ‘소리’다. 흔히들 대화에서 중요한 것이 말의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소통에 관여하는 요소 중 ‘무슨 말을 하느냐’의 비중은 고작 7%에 불과하고, ‘어떻게 말하느냐’가 93%를 차지한다. 말의 내용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태도, 목소리, 말투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주는 메시지가 훨씬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노래로 치자면 말의 내용은 가사, 목소리는 멜로디다. 가사가 아무리 밝아도 멜로디가 어두우면 슬픈 노래로 들리는 것처럼, 같은 말이라도 어떤 목소리와 톤으로 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이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말하고자 하는 바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본뜻이 가려져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므로 말을 할 때는 말의 내용만 아니라 목소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목소리는 마음의 날씨

우리는 흔히 상대의 표정을 보고 그의 마음을 읽는다. 하지만 얼굴을 보지 않고 통화할 때도 상대방의 기분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듯, 목소리에도 다분히 실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신감이 부족하면 목소리가 작아지고, 화가 나면 커지며, 슬프면 생기가 없고, 기쁘면 목소리가 밝고 경쾌해지기 마련이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마이클 클라우스 박사는, 실험 참가자들이 상대방의 표정을 보았을 때보다 목소리만 들었을 때 감정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목소리는 말하는 사람의 심리를 나타내는 또 다른 표정인 셈이다.

그런데 목소리에 어떻게 감정이 녹아드는 것일까. 모든 감정은 호르몬 분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호르몬은 성대 근육에 직접 작용하는 게 아니라 대뇌에서 목소리를 조절하는 기관에 작용하여 신체의 움직임과 함께 목소리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은 감출 수 있을지 몰라도, 목소리에 묻어나는 감정을 숨긴 채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듣기에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때는 언제일까. 바로, 웃을 때다. 웃으면 단순히 입만 벙긋하는 게 아니라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 등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공명강1이 넓어져 밝고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성악가들이 고음을 낼 때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 이유도 공명강을 넓히기 위해서다.

1. 공명강: 공명을 일으키는 몸 안의 빈 속. 목청에서 생긴 진동이 목청 위로부터 목, 입속, 콧속, 머리 부위까지의 공기를 진동시켜 음량을 크게 하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게 한다. 인두안, 입안, 코안 따위로 이루어진다.

한 TV 프로에서 ‘웃는 표정으로 화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이를 실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일반인은 물론 목소리로 연기하는 성우조차 실패하고 말았다. 웃으면서 말하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듣는 사람에게는 기쁨이 묻어나는 소리로 들리게 된다. 반대로, 화난 얼굴로 좋은 소리를 내는 일 역시 불가능하다. 마음가짐과 표정, 목소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상황에 맞는 목소리

때와 장소에 따라 알맞은 옷차림이 있듯,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장군이 전쟁터에서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진격!” 한다거나, 의사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환자를 대한다면 어떻겠는가.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말하려면 목소리의 성량과 음의 높낮이, 음색, 강세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 말하려는 의도도 바르게 전달되고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가정에서 가족을 대할 때도 목소리 조절이 필요하다. 특히 가족끼리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부모가 자녀를 훈육할 때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올바른 대화법이 아니다. 자녀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화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면, 자녀는 반성하기보다 부모가 화가 났기 때문에 자신이 야단맞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뿐 아니라, 고함소리는 자녀의 뇌를 손상시켜 우울증과 행동 장애, 집중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자녀는 부모의 그런 모습을 싫어하면서도 그대로 답습한다.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는 낮은 톤과 단호한 목소리로 한 번만 말하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반복해서 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화가 난다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 뒤,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담담히 말해야 아이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미국 버클리대학교 로버트 레벤슨 교수는 50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부부싸움으로 배우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면 상대방은 혈압과 맥박이 급격히 상승해 판단력이 떨어지고 배우자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언성을 높이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대가 오히려 못 듣는, 모순적인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부부간에 사소한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상대에게 내 뜻만 관철하려 하면 목소리가 커지고, 언성이 높아지면 서로의 감정도 고조돼 싸움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목소리가 커지지 않으려면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서로의 의견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말고, 상대가 듣기 편안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대화하자. 이는 자제력과 함께 상황을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사랑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온다

내게서 나간 소리는 상대에게 투영되어 그대로 내게 돌아온다. 퉁명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은 없을 터. 상대에게서 좋은 소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면 자신이 먼저 그런 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서로가 밝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화하면 친밀도가 올라간다. 별것 아닌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리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발생한다. 어려운 소재의 이야기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면 의외로 대화가 쉽게 풀리곤 한다. 듣기 편안한 목소리는 상대의 존중감을 높여 마음을 열게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따듯하고 부드러운 음성은 자녀에게 사랑이 충만함을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특히 영유아기 자녀에게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청각 기능과 뇌에서 감정을 제어하는 영역, 언어 능력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값비싼 교구보다 두뇌 발달에 훨씬 효과적이다. 평소 자녀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야 훈육할 때의 단호한 목소리도 효력을 낸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한다면 결코 좋은 의도로 전해지지 않는다. 정말 자녀를 위해 하는 말이라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자녀도 부모의 진심을 느낀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부모와 건강한 유대 관계를 쌓은 자녀는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 목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물러간다. 자녀가 부모에게 하는 안부 전화가 부모에게는 효도이지만, 자녀에게는 지친 심신을 달래는 처방인 셈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 안심할 수 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냉랭한 갈등 상황을 누그러뜨리는 힘이 있다. 배우자가 홧김에 고성을 지르는 경우 똑같이 받아치는 대신 ‘화가 많이 났구나’ 하고 감정 상태에 대한 신호로 인식해, 상대편 입장에서 상황을 보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면 분위기는 전환된다. 상대에게 실망스러웠던 일도 부드러운 어조로 차분히 말하면 공격적으로 들리지 않고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다. 그 일로 관계가 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까지 전달되기 때문이다.

밝은 목소리로 “잘 잤어요?” 하는 아침 인사는 배우자에게 하루를 살아갈 힘을 준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며 밝게 인사하는 자녀를 보며 부모는 행복을 얻는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사랑해”라고 말하는 부모에게서 자녀는 자신을 향한 지지와 믿음을 느낀다.

가족에게 나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고, 가족 또한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기도 하다. 인공 귀로 남편의 목소리를 처음 듣고 울음을 터뜨린 청각장애 아내, 특수 제작된 보청기로 엄마 목소리를 듣게 되자 환한 미소를 지은 아기, 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받고 앵앵거리는 소리로나마 아들 목소리를 듣고 감격한 아버지 등 가족의 목소리조차 어렵게 듣는 이들이 있다. 그런 과정 필요 없이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더없이 감사하며 좋은 목소리를 들려줌이 마땅치 않을까.

대화는 서로의 소리를 주고받는 일이다. 다정한 미소와 함께, 사랑하는 가족에게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자. 배려하는 말과 진실한 마음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