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로동선(夏爐冬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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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여름날 어떤 사람이 친구로부터 화로를 선물 받았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화로라니, 그는 선물이 마뜩지 않았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자 이번에는 친구가 부채를 선물하는 것이었다. 선물이 마음에 드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는 답답해하며 말했다.

“이 사람아, 겨울에 부채가 웬 말인가? 선물을 하려면 여름에 부채를 하고 겨울에 화로를 해야지.”

그런데 다른 친구는 위와 똑같은 선물을 받고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자네가 준 선물 요긴하게 쓰고 있다네. 화로는 여름 장마에 옷 말리는 데 쓰고, 부채는 겨울에 불 지필 때 꼭 필요하거든.”

‘여름에 화로, 겨울에 부채’라는 뜻의 ‘하로동선’은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는 물건을 가리킨다. 그러나 하로동선 격인 상황이라도 지혜를 발휘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