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선택

Close

넓은 길 대신 좁은 길로: 후회 없는 최고의 선택

미국 NY 뉴윈저 / 알리사 Allyssa Bethelle Dunn

조회 348

제가 자란 위스콘신주를 비롯한 미국 중부 사람들은 대체로 전통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가족 중심적이며 고향을 떠나는 경우도 별로 없지요. 그래서 제가 꿈을 좇아 대도시인 뉴욕으로 독립한 것은 저희 가족에게 꽤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제 꿈은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적인 연극·뮤지컬 공연이 펼쳐지는 그곳에 연기로 발을 들인 뒤 궁극적으로 무대 공연 연출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종합 연극 예술을 전공하며 연기와 연출뿐 아니라 의상 디자인, 분장까지 공부했고 대학 졸업 후 석사 과정을 밟으려 여러 학교에 지원한 끝에 뉴욕에서 학업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계획과 선택 속에 저를 뉴욕으로 이끄신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넓은 길[Broadway] 대신 좁은 길로 들어섰고, 인생에서 반드시 찾아야 하는 축복과 행복이 바로 그 길에 있음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뉴욕에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한껏 꿈에 부풀어 있던 때, 새로 사귄 친구들과 공원에서 열리는 연극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보니 빽빽한 건물만 가득할 뿐 공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마주친 하나님의 교회 분들이 하늘 어머니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어 빨리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말씀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사실이 무색하게 성경 말씀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선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위선으로 가득한 교회 사람들 때문에 어린 나이에 이미 신앙에 회의를 느낀 저는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엄마는 제 결정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제가 살던 지역은 주민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라 하나님을 믿고 교회에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저 역시 교회에 나가지는 않았어도 다양한 교단에 속한 친구들과 성경 공부 모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친구가, 자신이 보는 성경과 저희 집안이 속한 교단이 보는 성경의 차이를 알려주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습니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성경이 정말 하나님의 말씀일까? 번역이나 편집 과정에서 잘못 전달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이내 성경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습니다. 진리를 찾으려면 히브리어를 배워서 직접 성경을 번역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냉소적인 생각과, 자유분방한 학과 분위기에 휩쓸려 더더욱 성경이나 기독교 신앙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늘 어머니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도 흥미롭기는 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오히려 그 존재가 ‘성경에 기록’되어 있고 ‘교회’에서 전한다고 하니 마음이 열리지 않았고 거부감이 느껴졌습니다.

몇 개월 뒤 뉴욕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즈음, 하나님께서는 다시 한번 구원의 기별을 보내주셨습니다. 당시 저는 브로드웨이 인근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일했습니다. 하루는 단골손님이 발레 공연 티켓을 주어 혼자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공연이 마치고 집에 가기 아쉬워 공연장 주위를 산책하던 중 하나님의 교회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엘로힘 하나님에 관한 말씀이 마음에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 반드시 균형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에 아버지 하나님과 더불어 어머니 하나님께서 존재하신다는 사실이 조화롭게 느껴졌습니다.

‘맞아, 이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 완벽하게 말이 돼.’

그다음 주에 하나님의 교회에 가서 진지하게 성경 말씀을 살폈습니다. 그분들은 성경 자체를 불신하는 제게 과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성경이 사실임을 명확히 알려주었습니다. 이어 유월절과 영생의 약속, 성삼위일체 진리 등을 성경에서 확인했습니다. 성경 구절을 하나하나 보여줄 때마다 진리가 폭포수처럼 머릿속에 쏟아져 들어오는 듯했고 그간의 잘못된 인식이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진리는 부인할 수 없이 확실했지만 하나님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결정은 선뜻 내리지 못했습니다. ‘교회’라는 장소는 자유를 억제하고 제약이 많은 곳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때 말씀을 알려준 식구가 망설이는 제게 말했습니다.

“왜 안 되겠어요? 한번 해보세요.”

순간 용기가 났습니다. 그 말은 제가 뉴욕에 첫발을 디뎠을 때 마음속으로 정했던 모토였습니다. 새로운 음식도, 새로운 장소도, 새로운 경험도 일단 시도해 보자고 다짐하며 누군가 뭘 해보자고 권했을 때 ‘왜 안 되겠어?’ 하며 도전했습니다. 하나님을 따르는 일도 안 될 이유가 없었기에 그날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믿음을 세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굳이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혼자 성경을 읽으면서 구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시온 식구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식구들은 그런 제 영혼이 구원의 길로 나아가도록 끝없는 사랑으로 보살폈습니다. 저를 만나러 올 때마다 제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한 구절 한 구절 말씀의 양식을 정성껏 먹여주었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입에 쓴 약을 먹일 때처럼 제 마음을 어르고 보듬으면서요. 식구들은 자신의 일정을 바꿔가며 저를 만나러 왔고 진심으로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미성숙했던 제 손을 놓지 않고 인내로 기다려준 하늘 가족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식구들처럼 하나님을 올바로 따르면서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껏 학교에서 배우고 갈고닦은 모든 것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성가대로서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고, 하늘 아버지 어머니 사랑을 일깨우는 문화 행사와 전시회를 식구들과 함께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믿음이 얕고 더디 성장하는 제게 과분한 축복을 부어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참 많은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새노래에 맞춘 부채춤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배려와 화합을 배웠습니다. 여러 식구가 아름다운 형태를 이루려면 서로를 존중하며 한 몸처럼 움직여야 했습니다. 배려와 온유, 연합과 순종 등 어머니의 가르침이 부채춤 공연 속에, 예술 형식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무대 위에서 식구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참된 저 자신을 찾았습니다. 시온 식구들과 함께하는 행사는 최고의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마다 성향이나 재능이 달라도 모두가 아버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품고 임하니 하나님의 은혜가 넘쳤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려 준비한 행사들이 오히려 제게 필요한 덕목을 심어주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곁에서 도와준 한국 식구들의 차분하고 경건한 모습에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 방문단 식구들을 세세히 챙기느라 몹시 피곤할 텐데 한국 식구들은 항상 영적 에너지로 충만해 저희의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 비결이 뭘까 살펴보다 이 식구들에게 항상 어머니 사랑이 가득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들을 위해 밤낮없이 애쓰시고 희생하시는 어머니를 늘 바라보며 자신을 다잡기에 어머니의 가르침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헌신이야말로 우리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품을 아름답게 가꿔나갈 힘의 원천임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를 뵙는 순간에만 그 희생에 마음 아파하며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변화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복음 일을 하면서 ‘이럴 때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늘 생각하며 그 가르침을 실천하려 노력했고, 피곤하거나 힘들 때는 어머니의 희생을 떠올리며 이겨냈습니다.

올해 한국을 방문하기 전, 제게 한결같은 사랑을 전해준 식구가 작은 엽서를 내밀었습니다. 제가 하나님의 일에 열심 내는 게 가슴 벅차다며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엽서의 말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자매님은 인생에서 최고의 결정을 한 거예요.”

제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글귀에 울컥했습니다. 천국을 향해 복음의 길을 걷기로 한 선택은, 말 그대로 제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식구들의 정성과 인내가 있었기에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전 세계 복음 완성이라는 무대의 대미를 장식하기까지 식구들과 연합해, 제게 주신 사명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