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한국 인천, 임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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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정화활동 날, 비가 올 것이라던 예보와 달리 하늘에는 구름만 잔뜩 끼었습니다. 활동에 지장이 있을까 봐 노심초사했더니, 비를 내리는 대신 뜨거운 햇빛을 가려 시원한 날씨를 선물해 준 구름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거리정화활동 장소는 제가 사는 동네였습니다. 솔직히 우리 동네에서 청소 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환경미화원이 수시로 청소할 뿐 아니라 화단 정리도 잘 되어 있어 대청소가 필요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봉사 정신이 투철한 식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동네가 주황색 조끼 물결을 이루고 보니 ‘쓰레기가 없으면 어쩌지?’라는 걱정 아닌 걱정까지 들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식구들은 준비해 온 청소 도구를 들고 각자 맡은 구역으로 흩어졌습니다. 거리는 평소처럼 깨끗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화단 안쪽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랐습니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온갖 쓰레기들이 화단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캔, 담배꽁초는 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봉지들까지・・・. 마치 통에서 쓰레기를 꺼내듯 하나하나 끄집어내면서 미간이 찌푸려졌습니다.

‘깊이도 숨겨 놨네. 사람들이 어쩜 이리도 양심이 없을까.’

문득 이런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절대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면서 모난 성품이나 신앙인으로서 합당치 않은 나쁜 습관들을 안에 몰래 숨겨둔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썩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결국엔 영혼까지도 아프게 만들 테니까요. 청소를 마치고 깨끗하게 정리된 화단을 바라보며 영혼도 항상 청결히 해야지 다짐했습니다. 내면에서부터 배어나는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간명한 사실을 몸소 체험한 이날의 봉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