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할머니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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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커다란 짐을 끌고 전철을 탔습니다. 마침 경로석에 빈자리가 있어 짐을 세워놓고 앉자, 옆 좌석에 있던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가 말을 걸었습니다.

“웬 짐이 이렇게 많으우?”

“물김치를 담갔더니 물김치 좋아하는 딸이 생각나 딸네 집에 좀 갖다주려고요. 이왕 가는 김에 더 줄 게 없나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짐이 이렇게 많아졌수.”

“그럼 택배로 부치든가 택시를 타시지, 아님 딸한테 갖고 가라 하든가요. 힘들게 왜 이 고생을 하우.”

“택배로 부치자니 물김치가 샐까 마음이 안 놓이고, 택시를 타자니 택시비가 아깝고, 애들 키우느라 바쁜 딸한테 와서 가져가라 하기도 뭐해서⋯.”

“아이고, 자식 다 키웠으면 이제 몸 생각하셔야지, 내 몸을 누가 챙기겠수? 이렇게 고생해봤자 자식들이 알아준대요? 그동안 뼈 빠지게 키워줬으니 이제는 자식들한테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당당히 사시우.”

“그러게요, 허허. 근데 그러는 댁은 자식한테 그리하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던 옆 좌석 할머니는 겸연쩍은 듯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