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던 외삼촌의 마음이 열리다

한국 부산 박금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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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인 엄마에게는 오빠 세 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한 분은 90세, 한 분은 엄마와 네 살 터울인 막내 외삼촌입니다. 막내 외삼촌은 5번이나 암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이 많은 막내 외삼촌은 초등학교 교장을 지냈습니다. 평생 교직에 몸담고 정직한 인품으로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오셨고,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편입니다.

16년 전쯤 언니와 함께 외삼촌한테 진리를 전했을 때, 자신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며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종교 이야기를 하면 다시는 너희 집에 오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지요. 옥천고앤컴연수원에서 열린 가족초청잔치에도 함께했으나 하나님을 믿지 않겠다는 의지는 여전했습니다. 단호한 외삼촌의 태도에 영적으로는 아예 대화 자체가 안 된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외삼촌에게 말씀 전하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성별이 달라도 나이 차가 크지 않은 외삼촌과 매우 친밀했고, 평생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을 만큼 우애도 좋았기에 오빠를 볼 때마다 마음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시온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도 여러 번 참석했는데 외삼촌의 마음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마와 싸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엄마가 하나님의 축복을 받으라고 재차 권해도 “평생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이제 병에 걸리니 교회를 다녀서 살려고 한다’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것 자체를 견딜 수 없다. 죽으면 죽었지 교회는 안 간다”라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외삼촌은 치료차 한국에 왔다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출국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외삼촌에게 저희가 사는 부산에 머물기를 권했습니다. 외삼촌도 장기간 한국에 머물러야 하니 여동생 곁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몇 개월 후 저희 집에서 5분 거리로 이사를 왔습니다.

엄마는 하루에도 여러 번 외삼촌 집에 들러 지극정성으로 외삼촌을 보살폈습니다. 항암 치료로 입맛까지 변한 외삼촌이 맛있게 먹은 음식이라면 손수 만들어 챙겨주고, 매일 함께 운동도 하셨지요. 외삼촌이 이사 온 지 한 달이 넘어갈 즈음 엄마가 외삼촌에게 부탁했습니다.

“오빠, 교회에서 숙제가 있는데 발표 좀 들어줘.”

“알았다.”

그날부터 엄마는 하루에 한 주제씩 진리를 발표했고 저는 매일 하늘 어머니기도로 도우심을 구했습니다. 사실 외삼촌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엄마 말에 따르면, 발표를 들을 때 외삼촌이 눈을 아래로 내리고 싸한 태도를 고수하는데 얼굴만 봐서는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듣는지 안 듣는지조차 모르겠더랍니다. 그래도 엄마는 담대하라 하신 하나님 말씀에 의지해 용기를 내 발표했습니다. 외삼촌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라며 실망감을 안겼지요. 다행히 이튿날부터는 조금은 알아듣겠다며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며칠간 말씀을 살핀 후 침례를 권하자 외삼촌은 일말의 기대마저 꺾으려는 듯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엄마는 풀이 죽어 외삼촌에게 말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시온 식구들처럼, 나도 사랑하는 가족을 꼭 시온으로 인도해 함께 복받고 싶은 마음에 오빠한테 말씀을 전했다고요.

이틀 뒤 외삼촌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교회에 가서 하는 게 뭐라고 했지?”

“침례?”

“응, 나 그거 할게.”

직접 들은 엄마도, 소식을 전해 들은 저도 너무 놀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외삼촌은 기분 좋게 시온에 와서 순한 양처럼 침례를 받았습니다. 침례식을 마친 후 외삼촌은 “내 칠십 평생 남 앞에 무릎 꿇는 일을 한 적이 없다. 무릎을 꿇는 것은 기를 꺾는 것이라서 그동안 침례를 안 받으려고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모두와 함께 구원받고픈 진심이 외삼촌에게 전해진 것이라 믿습니다. 철옹성 같았던 외삼촌의 마음을 하룻밤 사이에 열어 구원으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이루어가시는 역사이며, 사람의 생각과 능력은 아무것도 아님을 깊이 깨닫습니다. ‘하면 된다’고 하늘 어머니께서 수없이 말씀하셨는데도 온전히 믿지 못했던 못난 자녀에게 외삼촌의 변화를 통해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고, 부족한 믿음을 회개할 기회를 허락하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하면 되는 복음이고,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