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학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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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의 흙을 맨발로 밟아보기, 해 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숲에서 나무를 껴안아보고 나무와 이야기하기, 들꽃과 같은 키로 엎드려 이야기하기, 집안의 욕실과 변기 깔끔하게 청소하기, 소나기를 그대로 맞아보고 비를 맞는 주변의 다른 사물도 관찰하기, 혼자 밥하고 반찬 챙겨 가족들 상 차리기, 부모님의 직장 견학하기, 가족과 함께 손톱에 봉숭아꽃 물들이기, 야영하며 텐트에서 자보기,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편지 쓰기⋯」

한국 강원도의 어느 남중학교 선생님이 낸 여름방학 숙제라고 합니다. 방학숙제 하면 흔히 일기 쓰기, 독후감 쓰기, 미술작품 만들기 등인 것을 감안하면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숙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남학생들의 부족한 감성을 채워주고 싶었다는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을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집니다. 방학숙제가 수행평가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이를 대행하는 업체들이 성행한다지만 이런 숙제는 대신해줄 수 없겠지요?

방학이면 학원 다니느라 더 바쁜 학생들이 자연과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방학이 더욱 뜻깊고 보람될 듯합니다. 여러분들도 가족과 함께 이 감성적인 숙제를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