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나기

한국 원주, 온남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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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 식구들이 시골 어르신의 낡은 집 지붕과 담벼락을 수리해드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철거 작업에 나도 하루 참여하기로 했다.

봉사 당일 아침. 서리가 내려 하얗게 얼어붙은 들녘 풍경을 감상하며 한 시간쯤 차를 타고 달려 어르신 댁에 도착했다. 먼저 온 시온 식구들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몸이 약한 편이라 내가 무슨 도움이 될지 살짝 걱정했는데 식구들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집 안의 짐부터 들어냈다. 분주히 몸을 움직이다 보니 추운 날씨에도 흥건히 땀이 배어났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뒤에는 낡은 나무 골조를 뜯어내기 위해 식구들과 지붕에 올라갔다. 지붕을 덮고 있던 나무를 걷어내자 먼지가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곧이어 목조 뼈대가 드러났다. 허리도 펴고 먼지도 피할 겸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야를 옮겨 이번에는 푸근한 시골 정취에 빠져들었다. 문득 고향 집이 그리워졌다. 하늘 본향 집도. 다시 눈을 돌려 저 아래 식구들을 둘러보았다. 잠시 추위를 피해 호호 입김을 불며 차 한 잔 나누는 식구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더러는 지붕 쪽을 바라보며 응원해주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도 건넸다.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자녀들이 우애 있게 복을 쌓는 모습을 보며 하늘 아버지께서는 얼마나 흐뭇하실까 생각하니 내 마음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힘이 불끈 솟은 덕분에 작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그날 철거를 마치고 얼마 뒤 수리 공사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르신 댁이 어떻게 달라졌나 궁금하던 차에 마침 한 식구가 아름답게 단장한 집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고즈넉한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마음이 다시금 포근해졌다.

서로 다독이고 배려하며 봉사하던 몇 해 전 그날의 훈훈한 기억이 겨울이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