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때

조회 5,635

2016년, 대한민국의 선박 썬 피오니호(Sun Peony)가 약 7,800톤의 액체화학제품을 싣고 태국에서 대만으로 순항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태풍을 만나, 거센 파도에 선수창고가 부서져 물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해진 선원들이 차오르는 물을 빼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배의 앞머리가 점점 가라앉는 그때, 선장은 결단력을 발휘하여 ‘투하’를 선택합니다. 투하(投荷, Jettison)란 선박 용어로, 배가 침몰 위기에 처했을 때 배의 무게를 줄이려 화물을 버리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렇게 약 370톤의 화물을 바다에 투하하자 배는 점차 평형을 되찾았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370톤의 화물을 버림으로써 7,400톤의 화물은 물론, 선원과 선박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삶에도 버림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물질만 아니라 내면의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지요. 무엇이든 버리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