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경, 남편과 레이테주(州) 바이바이로 복음의 터전을 옮겼습니다. 바이바이는 전에 단기선교를 한 번 가봤을 뿐 거의 모르는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부부가 있던 시온과 꽤 멀리 떨어진 낯선 지역이라 조금은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신속하게 복음의 역사를 완성시키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믿어 기꺼이 바이바이로 향했습니다.
기꺼웠던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바이바이로 온 지 한 달이 지날 때까지 복음의 결실이 없다 보니 조급해진 탓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한다고는 했지만 뭔가 하나님 뜻에 합당치 못한 것이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매일 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제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항상 기뻐하라” 하셨지만 제 마음은 상황에 따라 변했습니다. 좋은 열매를 맺고 싶다는 욕심에 하나님보다 제 능력을 의지했고 가슴에는 분노, 불만 등의 가시가 돋아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다 하나님께 기쁨을 드리기는커녕 짐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니 너무 죄송했습니다. 회개의 기도를 올리며 다시금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한 영혼 찾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어느 늦은 오전, 마트 근처에서 복음을 전할 때였습니다.
“하늘 어머니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대부분 바빠서 당장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몇몇이 다음에 만나 성경을 살펴보기로 했는데 그중 한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4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기억하고 연락하려던 참에 그분에게서 성경 공부를 하러 오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기대가 되는 한편, 너무 기대하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바람대로 되지 않아 실망했던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요. 하지만 시온으로 와서 성경 공부를 한 그분은 말씀을 무척 신기해하며 곧바로 진리를 인정했습니다.
예상외의 반응에 놀랐지만 속사정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아주머니는 가톨릭 교리에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느꼈는데 특히 우상에 대한 가르침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진리를 알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렸었다고요. 저희가 어머니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분이 호기심을 보이고 약속을 지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을 상대하는 성격이 아닌데 왜 우리가 다가갔을 때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들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지만 저희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그분은 감사한 마음으로 새 생명의 축복을 받고 며칠 뒤에는 남편을 진리로 인도했습니다. 성경 공부를 좋아하는 두 분은 현재 친구들과 친척들을 시온으로 인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바이바이는 제가 믿음의 연단을 받는 과정에서 중요한 길목이었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제게 죄악의 짐이 그토록 많은 줄 몰랐을 것입니다. 믿음의 연단을 거쳐 진리를 사모하는 영혼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알렉스 자매님 부부가 바이바이의 큰 일꾼으로 자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