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는 그곳이 시작점입니다

한국 서울, 최수현

조회 2,944

단기선교를 다녀왔던 지역으로 장기선교를 다시 갔습니다. 감회에 젖을 새도 없이 예전에 시온으로 인도했던 식구들을 돌아보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복음 목표를 단순히 열매 숫자에만 두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복음의 사명까지 감당할 수 있는 일꾼을 찾아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기쁨 드리자는 다짐으로 시온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지역을 매일 오가며 말씀을 전했습니다.

식구들이 전부터 열심히 복음을 전해왔던 그곳에는 이미 안식일, 유월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또 듣고 싶어 하지는 않아 성경책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2주가량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점점 힘이 빠졌습니다. ‘여기에서 우리 형제자매를 꼭 찾을 거야’ 했던 확신은 ‘여기에 과연 우리 식구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바뀌었습니다. 문득 한국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자녀들을 괜히 고생시키는 하나님이 절대 아니십니다!”

“아멘”이었습니다. 반드시 찾아야 할 하늘 가족이 있기에 하나님께서 저를 인도, 그 광활한 대륙에서도 보팔이라는 지역으로 보내셨으리라 믿고 부지런히 전도했습니다. 그러다 문에 기독교 관련 사진이 걸려 있는 어느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혹시나 하고 문을 두드리자 아이 엄마가 나왔습니다. 개신교 교회를 다니다 목회자의 불법 행위에 실망해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는 아이 엄마는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참 교회를 찾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드리고 있었다는 말에 다음 날부터 매일 방문해 성경 공부를 했습니다.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시간을 내주는 아이 엄마가 고마웠습니다. 아이 엄마는 오히려 저희에게 고마워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 가족이 엘로힘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알고 보니 데보라 자매님은 일 년 전 시온 식구를 통해 진리 말씀을 듣고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다 다음에 침례를 받기로 약속하고 돌아간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교회와 자매님의 집이 각각 이사한 데다 자매님의 전화번호가 바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매님은 하나님께서 구원의 기회를 다시금 주셨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성경의 예언을 따라 이 땅에 육체로 오신 하나님에 대한 자매님의 믿음은 날로 커졌습니다. 남편 형제님도 일주일에 하루인 휴일을 토요일로 바꿀 만큼 하나님의 규례를 소중히 지켰습니다. 형제님이 일 때문에 동행하지 못할 때는 자매님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교회에 왔습니다. 나중에는 집 가까이에 세워진 시온으로 옮겨 갔는데 봉사에도 열심이고 첫 열매를 맺었다는 소식까지 들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에 순종하고 하늘 상급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자매님을 보니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자매님을 만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가끔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합니다. 만일 전에 말씀을 전했다고 해서 자매님이 사는 동네를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토록 하나님을 사모하는 영혼을 놓쳤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른 식구들도 자매님 집을 방문할 때면 “이 지역에 전도 많이 왔었는데…” 하시며 그때는 왜 못 만났는지 신기해하곤 했습니다.

현재 저는 복음의 터전을 옮겨 새로운 동네에서 말씀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지역이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애타게 찾는 하늘 자녀가 있으니 새 마음으로 시작하려고요. 구원의 음성을 간절히 기다리는 형제자매를 속히 만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