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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물결이 넘실대는 복음의 대양으로

한국 인천, 오지영

1254 읽음

파나마운하로 잘 알려진 파나마공화국은 저에겐 생애 첫 단기선교의 추억이 담긴 나라입니다. 짧은 기간이나마 하루 종일 전도하고, 해외 식구들과 어머니의 사랑을 나누며 보낸 시간은 참 행복했습니다. 다만 부족한 언어 실력으로, 알고 있는 성경 말씀도 정확하게 알려주지 못해 현지 식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2019년, 2년 만에 다시 단기선교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주저 없이 선교지를 파나마로 정했습니다. 진리를 당당하게 전하자는 각오에, 지난번 받았던 사랑을 두 배로 나누어주자는 다짐을 더해서요.

출국 전, 성경 말씀 공부와 스페인어 공부에 힘썼습니다. 때마침 ‘외국어 성경 발표력 경연대회’가 열려 스페인어 진리 발표를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경연대회 이후에도 그때 익힌 스페인어를 잊지 않고 활용하려고 수없이 연습하고 틈틈이 설교 영상을 청취하며 믿음을 다졌습니다. 그럼에도 출국 날짜가 가까워지니 슬슬 불안해졌습니다. 여전히 제 자신이 너무 부족해 보였습니다.

‘나보다 언어 실력이 뛰어나고 믿음이 좋은 분이 간다면 보다 많은 영혼을 인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제 마음을 다 아시는 어머니께서 단기선교단에게 믿음과 용기를 넘치도록 더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다 예비해 놓으셨습니다. 여러분은 그 축복을 받으러 가는 것입니다.”

움츠러든 제 마음을 다독여주시는 말씀에 힘이 불끈 솟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설렘과 기대로 20시간을 꼬박 날아 파나마에 도착했습니다. 파나마는 적도 부근에 위치해 일 년 내내 덥습니다.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데 제가 갔을 때는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된 뒤였지만 공기 중에 아직 습한 기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온몸을 감싸는 순간 파나마에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선교지는 수도인 파나마시티에서 서쪽으로 1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아라이한이라는 도시였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관리자와 선교단원만으로 성전이 꽉 찰 정도로 작은 규모였던 아라이한 시온은 그때보다 몇 배나 커져 있었습니다. 당시 찾은 식구들이 복음의 일꾼이 되어 함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저희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드디어 복음을 전하러 간 첫날, 막상 현지인들을 마주하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주눅이 들어서인지 한국에서 여러 번 연습했던 내용도 말이 꼬여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2년 전과 비슷한 전개였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현지 식구들의 격려에 가까스로 용기를 내었더니, 의외로 많은 영혼이 인내심 있게 제 말에 귀 기울여주고 하나님 품에 나아온 것입니다.

그날 찾은 새 식구는 말씀을 듣자마자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내던 아주머니입니다. 질문을 다 알아들을 수 없었던 제 눈에는 그분이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아주머니는 구원의 약속을 받고 싶다며 시온에 왔고, 침례를 받은 후 안식일 저녁 예배를 지키고 돌아갔습니다. 이후 자매님은 집하고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도 안식일마다 시온에 오셨고, 동생과 아들들과도 하나님의 축복을 나누었습니다. 자매님의 믿음이 하나님 안에서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흔쾌히 저희를 집으로 초대해 말씀을 듣고 두 딸과 함께 하나님의 자녀가 된 자매님도 있습니다. 자매님은 한 구절 한 구절 살필 때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에 집중했고, 일말의 고민 없이 순한 양처럼 진리를 영접했습니다. 이후 남편과 모친을 인도한 자매님은 “성경 공부가 정말 좋아요. 계속해서 알려줄 수 없나요?” 하고 저희를 졸랐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정말 사랑하고, 진리를 하루빨리 주위에 알리고 싶어 하는 자매님의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진리를 영접하는 영혼들을 보며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예비해 두신 축복’이 무엇인지 실감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가는 곳 어디서든 축복을 부어주시고 이룰 수 있게 해주시는데 제 자신의 능력만 생각하며 두려워하던 지난날이 부끄러웠습니다.

식구들과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이, 예정된 일정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40도를 웃도는 더위와, 한국과 밤낮이 정반대인 14시간의 시차 앞에 지치기도 했지만 귀한 깨달음과 과분한 축복 덕분에 자책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마음을 다잡으며 기쁘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큰 힘이 되어준 현지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식구들은 각자의 사정을 뒤로하고 아라이한에서 한 달간 머물며 열정과 힘을 다해 함께 뛰어주었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저희와 지내느라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텐데도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살뜰히 챙겨주었지요. 어려운 상황 속에도 복음을 위해 즐겁게 헌신하며 많은 영혼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식구들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제 능력만 의지했을 때에는 해외복음이 아주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복음의 여건이 잘 갖춰진 한국에서도 부족한 점이 곧잘 드러나는데,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지에서는 제 모난 모습이 더 잘 드러날 것 같아서였습니다. 믿음 문제 외에도 언어 실력, 부족한 체력 등으로 오히려 현지 식구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장기선교는 꿈도 꾸지 못했고, 그나마 부담이 덜한 단기선교에만 지원했던 것입니다.

파나마에서 맞이한 두 번째 전도 여정은, 복음의 주체가 하나님이시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축복의 길을 걷는 것이 전도임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하나님을 의지해 복음에 임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어디서든 당당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샘솟습니다.

파나마운하는 산을 깎아 평평하게 낸 물길이 아니라고 합니다. 엘리베이터처럼 선박이 독에 들어오면 물을 채우거나 빼는 형식으로 배를 올렸다 내리며 큰 산맥을 통과하는 방식입니다. 커다란 배는 독에 차오른 물길을 따라 거대한 산맥을 넘어야 비로소 새로운 대양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파나마 선교로 채워주신 용기와 자신감으로 두려움의 장벽을 넘어 널따란 축복의 대양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예언의 물결이 넘실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