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한국을 찾은 제79차 해외성도 방문단은 법조·교육·의료·언론계 등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의 방한 일정 중에는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아버지전)과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어머니전) 관람도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전시회 소식을 접한 뒤로 관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는 성도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20개국에서 온, 언어도 사고방식도 하는 일도 각기 다른 이들에게 한국의 아버지 어머니 사연은 어떤 감동을 선사했을까요?
일정이 빠듯했지만 작품 번역집을 받아들고 관람에 임하는 성도들의 발걸음은 대체로 더뎠습니다.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여느 나라의 부모들처럼 자녀밖에 모르는 한국 아버지 어머니들의 헌신적인 삶과 사랑을 헤아려 보느라 다음 작품으로 쉬 넘어가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나라가 어렵던 시절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 중동의 뜨거운 사막으로, 총알이 빗발치는 타국의 전쟁터로, 이국땅의 수백 미터 지하 갱도로 거침없이 달려간 아버지들의 사연,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는 삶을 기꺼이 선택한 어머니들의 이야기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숙연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IT 강국, K-문화의 본산인 한국이 불과 수십 년 전까지 가난에 허덕이다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관람을 마친 성도들은, 살아온 과정만큼 소감도 저마다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 시대에는, 우리 사회에는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AI) 개발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머니전을 매우 인상 깊게 봤습니다. AI의 발전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크거든요. AI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자녀를 사랑하는 어머니 마음처럼 인류를 향한 사랑을 가져야 세상에 이로운 방향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세 마리아 루시아, 스페인 마드리드, 글로벌 AI 개발사 임원
“의사로 일하다 보면 환자들이 정말 듣기 힘들어하는 말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아버지의 마음이 필요하죠. 아픈 자녀를 둔 아버지라면 그 상황을 결코 피하지 않을 테니까요. 또 아버지는 자녀를 양육하면서 칭찬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잖아요. 의사 역시 공로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의사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져야 합니다.” 멀리사 재신토, 미국 NV 라스베이거스, 의사
“어머니는 항상 자녀를 돌보고 조건 없이 사랑하며, 자녀의 실수를 감싸주는 존재입니다. 모두가 어머니처럼 행동한다면 서로의 단점을 감싸줄 수 있고, 나중에는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인류애를 위해서라도 어머니 사랑이 필요합니다.” 장 마티외 테이시에, 독일 베를린, 물리학자
아버지 어머니 사랑의 가치를 이웃과 사회에 전하는 데 아버지전과 어머니전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며 입을 모은 성도들은 두 전시회가 자국에서도 개최됐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전했습니다.
“한국의 아버지들이 독일에 와서 광부로 일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탄광에서는 무사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잖아요.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 번 돈을 고국의 가족들에게 거의 다 보냈다는 글을 읽고 와, 놀랐습니다. 지금 세대가 이 전시회를 본다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가족을 돌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타티아나 헤르팅, 독일 베를린, 의사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학교 아이들에게 직접 이 전시회를 보여주고 싶지만 지금 당장 그러기는 어려우니 대신 제가 보고 느낀 대로 사랑을 전해줄게요.” 마리네스 피리스, 브라질 쿠리치바, 교사
“전시는 한국적이지만 제 경험과 연관 지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환상적이었어요. 언젠가는 이 전시를 영국에서도 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이클 킹, 영국 맨체스터, 교량 감리사
성도들의 바람처럼 아버지전·어머니전이 세계 각국에서 열려 사랑이 넘치는 지구촌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원합니다. 페루 우앙카요교회에서 진행 중인 어머니전은, 이런 전시회가 문화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선한 영향력을 널리 전할 수 있음을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페루 어머니전은 주지사, 언론인, 대학생, 군인, 시민 등 각계각층의 관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페루 사회에서는 여성과 아동의 인권 신장이 큰 이슈인데, 관람자들 가운데는 어머니전이 여성·아동 관련 범죄를 줄이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아요. 타인에 대한 존중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도록 전시회를 확대하자는 언론인들도 있고요. 어머니전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카렌 페루소, 페루 우앙카요, 방송국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