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 집에 필요한 물건을 사느라 알뜰 매장에 자주 가다 보니 매장에서 일하는 언니와 친해졌습니다.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교회에 좋은 행사가 있으면 초대하기도 했지만 언니는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하루는 매장에 들른 저를 언니가 무척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조만간 일을 그만둘 거라며 다음에는 교회에서 만나자면서요. 옆에 계시던 한 어르신이 반색하는 제게 어느 교회에 다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하나님의 교회’에 다닌다고 대답하자 어르신은 당신이 예전에 다녔던 여러 교회 이름과 종교를 열거하며 혹시 같은 종파인지 궁금해하셨습니다.
“어르신, 여기는 정말 대단한 교회예요. 봉사활동도 얼마나 잘하는데요.”
제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언니가 교회 자랑을 줄줄이 늘어놓았습니다. 눈을 반짝이며 언니의 말을 경청하던 어르신은 당신 이야기를 좀 들어보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지극히 사랑해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교회는 꼭 나갔다고 합니다. 최근 이사한 후에도 집 근처 교회를 직접 찾아갔는데 하나님 제단에 꽃도 없이 예배를 드리는 걸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 직접 꽃을 준비해서 정성으로 예배에 참여했답니다. 그러다 얼마 전 교회가 이전하는 과정에서 교인들과 금전적인 문제로 마음 상하는 일을 겪고, 그곳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예 걸음을 끊었다며 씁쓸해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모하는 어르신이 구원의 소망만큼은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조목조목 알려드렸습니다.
“저를 좀 데려가주세요! 제발 저를 하나님께 데려가주세요!”
이야기를 마칠 즈음, 어르신이 제 옷자락을 붙잡더니 간절한 눈빛으로 부탁하셨습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한 저를 보고 언니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모시고 가. 여기 일하면서 뵀는데 정말 선량한 분이셔.”
어르신은 본인의 연락처와 이름을 쓴 종이를 제 손에 쥐여주며 하나님께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꼭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이제껏 많은 사람에게 말씀을 전했지만 자기를 데려가달라고 먼저 청한 분은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열국 백성 열 명이 유다 사람 하나의 옷자락을 잡고 하나님께로 나올 것”(슥 8장 23절)이라는 예언을 보는 것 같아 온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다음 날인 안식일, 시온에 온 어르신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하나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말씀 앞에 겸허히 순복하는 어르신을 보며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은 물론, 겸손함까지 겸비한 분임을 알게 됐습니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생각하니 제 입가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어르신처럼 진리를 찾아 헤매는 영혼이 많을 겁니다. 머지않아 열국 백성 열 명, 백 명, 아니 천 명이 엘로힘 하나님께로 인도해달라고 부탁하는 날이 오겠지요. 그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말씀의 씨앗을 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