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되기 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헌혈입니다. 헌혈하고 나서 받는 기념품도 탐나고, 헌혈 한 번에 무려 4시간이나 봉사 시간을 인정해준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헌혈이 가능한 나이가 된 후 본격적으로 헌혈에 참여했습니다. 덕분에 5회 이상 헌혈한 사람에게 준다는 ‘헌혈 히어로즈’의 명예를 고등학생 때 얻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내 피가 생명을 살린다는 인식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나님의 교회에서 ‘유월절사랑 생명사랑 헌혈릴레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헌혈행사가 있다는 말에 별생각 없이 교회로 갔습니다. 참가자가 많다 보니 문진표 작성 후 기본 검사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제법 길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그간 교회에서 실시했던 헌혈릴레이에 대한 소개와, 행사에 참여했던 식구들의 인터뷰 내용이 담긴 영상물을 시청했습니다.
“좋은 피를 주려고 잘 먹고 왔어요”라며 활짝 웃는 식구를 보면서 여러 번 헌혈에 참여했지만 나는 한 번도 남에게 좋은 피를 줘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화면에서는 혈액원 관계자의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헌혈자 한 사람의 피가 세 사람의 생명을 살립니다. 1년 중 혈액이 가장 부족한 시기에 매년 하나님의 교회에서 헌혈봉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헌혈로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헌혈의 참 의미와 가치는 생각지 못하고 기념품에만 관심을 가졌던 저에게는 그 말이 무척 특별하게 들렸습니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라도 물감이 없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도 식재료가 없으면 음식을 만들 수 없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사라 해도 혈액이 없으면 큰 수술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의학도 배우지 않았고 수술을 집도한 경험도 없는 제가 잠깐의 수고로 3명의 목숨을 구하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은 봉사가 있을까요.
헌혈의 가치를 깨달은 이후로는 생명을 살리는 봉사에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매년 헌혈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하나님의 교회가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