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생명을 지키는 자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책사 범려는 월나라 왕을 도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지만 권력의 비정한 속성을 간파하고 곧바로 자취를 감춘다. 그는 도나라에서 열심히 일해 다시 큰 재물을 모았는데 어느 날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초나라에 간 둘째 아들이 사람을 죽이고 옥에 갇혀 사형 날짜만 기다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범려는 셋째 아들을 불러, 수레에 황금을 싣고 가서 형을 구해오라 일렀으나 이를 알게 된 첫째 아들이 그런 중요한 일에는 맏이인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고집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첫째를 보내며, 자신의 편지와 천금을 오랜 친구인 초나라의 유력자에게 모두 전하고 그의 말을 따르라 당부했다.
얼마 후 큰아들은 둘째 아들의 시신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유력자를 찾아가기는 했으나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돈을 아끼려 다른 방법을 찾다가 이를 괘씸하게 여긴 유력자가 도리어 왕에게 죄수의 사형 집행을 종용해 벌어진 일이었다. 온 집안이 통곡할 때 범려가 담담히 말했다. “첫째를 보낼 때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 첫째가 동생을 아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돈을 아까워해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고생을 하며 자라 돈 쓰기를 주저하나 내가 부자가 된 다음에 태어난 막내는 잘사는 것만 보고 자라 돈을 아끼지 않는다. 막내를 보내려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아낄 것이 무엇일까. 재물, 시간, 힘과 노력, 지혜, 자존심⋯ 어느 것도 생명보다 중한 것은 없다. 하나님께서는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셨다. 죄인 된 자녀들의 생명을 구원하시기 위해 피조물들의 조롱, 멸시도 참으셨고 당신의 보배로운 살과 피, 당신의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으셨다.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한 그 사랑이 새 언약 유월절에 오롯이 담겼다.
아버지 어머니의 부탁을 받아 형제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선 발걸음들이 이제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닿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영혼 살리는 일에 자신의 소중한 여비와 여가시간은 물론 수고와 노력, 선한 마음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형제를 구하려는 일념에 귀하디귀한 한 영혼, 한 영혼이 살아나 아버지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가인은 형제에게 몹쓸 짓을 하고도 하나님께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하며 반문했다. ‘형제를 지키는 자’,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형제의 모습은 그렇다. 사랑으로 연합하고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이가 가족이요 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