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마음 마음껏 쓰기

640 읽음

병실에서 노년의 두 남자가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인다.

‘스카이 다이빙,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히말라야 산 등반…’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목록으로 만든, 일명 버킷 리스트(Bucket list)다. 그들은 육십 평생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기며 지나온 생을 돌아본다.

일장춘몽의 인생

영화 <버킷 리스트>는 두 말기암 환자가 남은 마지막 시간 동안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들이 하는 일은 다소 터무니없이 여겨지는 것들마저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람들은 영화 속 두 남자처럼 누군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고 하면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세상에 시한부 인생이 아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고나 질병으로 일찌감치 요절해도, 100세 넘도록 장수해도 일정 기간을 살다가 언젠가 눈을 감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일장춘몽처럼 짧기만 한 인생은 대부분 잠을 자거나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로 채워진다. 보편적으로 사람이 일평생 잠자는 데 26년, 일하는 데 21년, 식사하는 데 6년, 사람을 기다리고 만나는 데 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밖에 화장실 가는 시간, TV 보는 시간 등을 포함하면 평균 수명을 70~80세라 가정했을 때 꼭 하고 싶은 일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인생을 연령대별로 나누어 생각해봐도 여유 시간은 부족하다. 청소년기에는 학업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는 무한 경쟁으로 아등바등 진을 빼고 나면 중년에는 자녀들 출가시키느라 허리가 휜다. 아무리 고령화 시대라지만 말년에 질병이 찾아오거나 노환으로 기력이 쇠해지기라도 하면 제2의 인생을 계획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국내의 한 대학교 교수팀이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한국인의 수명은 평균 3년 반쯤 늘어났다. 대신 생의 마지막 5~6년은 대부분 질병에 시달린다고 한다. 말년의 고통은 차치하더라도 일평생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순간보다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릴 때가 더 많은 것을 보면 100세의 수명도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나마 100세를 사는 사람도 드물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선택, 선행

인생이 짧은 만큼 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을 행복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한 시간의 행복을 원하면 낮잠을 자고, 하루의 행복을 원하면 낚시를 해라. 한 달의 행복을 원하면 결혼을 하고, 일 년의 행복을 원하면 재산을 물려받아라. 하지만 평생의 행복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줘라.”

잠시 잠깐의 유희가 아닌, 평생 두고두고 행복하려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기쁘게 해주는 데 마음을 쏟으라는 말이다.

물론 돈, 명예, 권력 등 저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고 행복의 가치도 다르다. 그렇다 해도 선행을 베풀고 불행을 느끼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예는 거의 없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던 아이들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했다. 영화배우라는 자신의 명성을 아낌없이 사용해 어린이 구호 활동을 홍보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 질병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보살핀 그녀는 아들에게 유언과도 같은 편지를 남겼다.

「네가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사실을 발견할 거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라는 것을 말이야.」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 중에는 사회공헌활동이나 봉사활동에 남다른 가치를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풍족한 삶, 그 이상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다. 그들은 타인의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실제로 남을 돕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행복감이 높고 건강도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서식스대학 마인드랩 연구팀은 18~55세 피험자들을 모집해 9일간 간단한 일이라도 남을 돕게 한 후, 의학과 심리학 검사를 통해 이들의 건강 상태와 감정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은 선행을 한 후에 행복지수와 자신감이 높아진 반면 스트레스나 분노의 감정 등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을 위한 행동이 도리어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실험에 참여했던 한 피험자는 “슈퍼마켓 계산대의 긴 줄에서 뒷사람에게 순서를 양보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무척 고마워해서 놀랐다”며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남을 돕는 일에 얼마나 인색했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착한 습관, 작고 사소한 것부터

남을 돕는 일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선뜻 실천하기는 어렵다. 우물쭈물하다가 도와줄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인데 언제든 기회를 놓치고는 두고두고 찜찜했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작은 행동이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실생활에서 선행을 실천하기가 수월해진다. 버스에서 자리 양보를 한다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대신 눌러주는 정도만으로도 상대는 물리적인 도움뿐 아니라 심리적 행복감을 선물로 받는다. 앞서 살펴보았듯 나 자신의 행복감 상승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 경험해 본 사람은 선행의 기회를 더 예민하게 포착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한 방송사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평소에 꾸준히 주위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의 손길을 나눴다는 것이었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남자를 구한 대학생 J씨는 학창시절 내내 주위 사람을 돕는 것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고, 불이 난 집에서 할머니를 구해낸 집배원 Y씨는 수년째 마을 회관에 들러 어르신들에게 소소한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들이 생활의 한 부분처럼 이어가던 착한 행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생명까지 구하는 발판이 되었다.

이 발판은 같은 행동의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사람의 뇌는 특정 분야에 대해 연습을 많이 하면 그만큼 뇌 세포에서 ‘시냅스(신경세포 간에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가 많이 생성되는데 이는 공부나 연습, 경험과 같이 후천적인 자극에 의해 증가한다. 단어를 암기할 때 여러 번 머릿속에 떠올리면 더 잘 외워지고, 운전 연습을 반복할수록 운전 기술이 몸에 배는 것은 우리 뇌의 시냅스가 점차 발달하기 때문이다.

착한 습관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곤란한 상황을 마음속으로 자주 헤아려 보고 사소한 일부터 도움을 주는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뇌의 시냅스량이 증가해 선행이 자연스러워진다.

일단 착한 습관이 몸에 배면 일상에서도 짬짬이 남을 도울 수 있고, 그런 선한 상황이 누적될수록 삶은 더 가치 있게 꾸려진다.

세상에서 가장 선한 일

서기 79년 8월 24일 오후 1시경, 베수비오 산이 화산 폭발을 일으켰다. 이탈리아 나폴리만 연안에 자리한 아름다운 도시, 폼페이는 하루만에 잿더미에 묻혀버렸다. 천 년이 지난 1592년, 우물을 파던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된 폼페이는 화산재에 파묻힌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식사 중이던 가족, 손을 맞잡고 있던 연인들, 주저앉은 마부…. 거기에다 호화로운 연회장과 대저택 등 폼페이 유적지는 해상무역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던 옛 도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무리 화려한 도시였다 해도 폼페이의 영화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은 폐허가 된 터와 빛바랜 유물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폼페이의 역사는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의 삶이 순식간에 중단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먹고사는 일을 앞세워 가치 있는 일을 미루기만 하다가는 허무하게 인생을 마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생을 좀 더 의미 있게 살고 싶다면 매 순간을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며 가치 있는 삶 즉 선행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한 일 중에서도 가장 선한 일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죽을 목숨을 수십 년 더 살 수 있도록 구해준 이에게 사람들은 ‘생명의 은인’이라며 평생 고마워한다. 그런데 70~80세의 수한을 살다 죽을 사람에게 천 년, 만 년을 넘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그보다 더 큰 선행이 있을까.

한 영혼도 멸망치 않고 다 구원받기를 바라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누구든지 바라는 자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생명수를 주신다.

“성령과 신부가 말씀하시기를 오라 하시는도다 듣는 자도 오라 할 것이요 목마른 자도 올 것이요 또 원하는 자는 값없이 생명수를 받으라 하시더라” 계 22장 17절

하나님께서는 인류에게 생명수 곧 영생을 주시기 위해 십자가의 희생을 치르시며 새 언약 유월절을 세워주셨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요 6장 53~54절

“… 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 … 또 떡을 가져 사례하시고 떼어 저희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저녁 먹은 후에 잔도 이와 같이 하여 가라사대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 눅 22장 15~20절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요 13장 15절

2천 년 전에는 예수님께서 영생의 길을 알려주셨고, 이 시대에는 성령과 신부 되신 아버지 어머니 하나님께서 친히 사랑과 희생으로 생명 살리시는 본을 보여주신다. 하나님의 본을 따라 이제 우리도 대가 없이 선한 마음으로 영혼을 구원해야 한다. 하늘 본향 돌아가는 날까지 마음껏 선한 일을 베풀고, 한 영혼이라도 더 영생의 길로 이끈다면 하나님께서는 그 수고를 잊지 않으시고 하늘의 빛나는 상급으로 갚아주실 것이다.

“…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취리라” 단 12장 3절

영혼 살리는 일을 어렵고 막연하게만 생각하는 순간에도 아까운 시간은 흐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내 가족, 친구, 이웃의 영혼부터 둘러보자. 혹여 구원의 길을 알지 못해 사망과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지는 않은지. 행동으로 옮기기가 주저되고 망설여질 때마다 기억하자. 인생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선한 일을 해서 하나님께 덕을 쌓았다 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의 남은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의 믿음과 그 사람의 행함, 하나님 앞에 영광 돌린 그 축복이 남아서 그 후에는 그 영혼이 영원한 하늘나라에 가서 영광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노력을 해서 경건의 연습을 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조금씩이라도 우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손님 접대하는 것도 연습해야 되겠고 하나님을 공경하는 것도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 선한 마음을 마음껏 써야 합니다.

안상홍님 육성설교 발췌

참고자료
여성조선 ‘내 어머니, 오드리 헵번’(2013.10.18)
조선일보 ‘마지막 10년 절반을 앓다 떠난다’(2013.11.04)
SBS 스페셜 ‘슈퍼맨을 찾아서-영웅의 비밀’
EBS 다큐 프라임 ‘제국의 도시-폼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