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서로 결탁되었으니

창세기 4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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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굽의 총리 요셉 앞에 열한 사람이 엎드려 있다. 그들 중 한 사람의 자루에서 요셉의 은잔이 발견된 일로 문책을 받는 중이다.

“너희가 어찌하여 이런 일을 행하였느냐!”

요셉이 호통을 친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일은 요셉이 꾸민 것이었다.

오래 전, 형들에 의해 억울하게 애굽으로 팔려갔던 요셉은 애굽의 총리가 되어 전국을 관리하고 있었다. 심한 기근으로 나라의 곡간을 열어 비축해둔 곡식을 팔던 중, 곡식을 구하러 가나안에서 애굽으로 온 형들과 재회하기에 이른다.

요셉은 형들을 한눈에 알아보았지만 형들은 요셉을 알아보지 못했다. 요셉은 형들을 정탐꾼으로 의심하는 척하며 가나안에 있는 막내 베냐민을 데려오게 했다. 아버지 야곱에게로 돌아간 형제들은, 요셉에 이어 막내까지 잃을까 하여 몹시 절망하는 아버지를 안심시킨 뒤 막내와 함께 다시 애굽으로 왔다. 돌아온 형제들을 극진히 대접한 요셉은, 그들이 가나안으로 돌아갈 때 베냐민의 자루에 자신의 은잔을 몰래 숨긴 뒤 발각되도록 만들어 형제들을 궁지로 몰았다. 일종의 시험이었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어떻게 우리의 정직을 나타내겠습니까? 우리가 다 종이 되겠습니다.”

“아니다. 잔을 훔친 자만 나의 종이 되고, 너희는 아버지께로 돌아가라.”

형제들의 호소에도 아랑곳 않는 요셉에게 유다가 가까이 다가가, 막내를 데려오기까지의 상황과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한가를 소상하게 고한다.

“아버지의 생명과 아이의 생명이 서로 결탁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돌아갔을 때 아이가 없는 것을 보면 아버지가 죽을 것입니다. 부디 저를 종으로 삼고 아이는 보내주십시오!”

아버지를 극진히 생각하고 어떻게든 막내를 보호하려는 유다의 모습에 형제애가 북받친 요셉이 방성대곡하며 마침내 자신의 존재를 밝힌다. 요셉과 형제들이 눈물로 해후한다.

아버지에게는 자녀가 곧 생명이요, 자녀를 잃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형제들과 함께 요셉을 팔아버린 일로 이미 아버지에게 큰 슬픔을 안긴 적이 있던 유다는 아버지가 베냐민을 잃고 또다시 고통받을까 봐 어떻게든 막내를 지키려 했다. 뒤늦게나마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극한 효심을 보인 형제의 모습에, 요셉은 마음속 미움을 다 털어내고 용서의 손길을 내밀었다.

유다가 한때의 시기와 질투로 저지른 잘못을 진심으로 회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버지의 생명과 자녀의 생명이 하나로 묶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녀를 잃어버리는 일로 아버지를 슬픔에 빠트리지 않게 하려는 의지가 극적인 가족 상봉을 이루게 했다.

늘 우리의 구원만을 바라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자. 하늘에서 못다 이룬 회개도, 형제자매와의 화합도 순탄히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