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화가, 가수, 경찰, 과학자, 대통령⋯.’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장래 희망을 적는 란에 한 번쯤은 기재해보았을 법한 꿈들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학창 시절을 거쳐 어엿한 사회인으로 나설 때쯤 과연 어릴 적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은 얼마나 될까. 딱히 유년 시절이라고 한정 짓지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마음에 품은 꿈을 완연히 성취해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관심사가 바뀌었다든지 형편이 안 되었다든지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꿈들이 그저 꿈으로만 간직된 채 가슴 한편에서 잊혀 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꿈을 현실로 실현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지치지 않는 열정, 확고한 신념, 피나는 노력, 불굴의 의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것들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꿈꾸는 능력’이다.
꿈을 기록한 사람들
1953년, 미국의 예일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꿈을 적은 노트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을 때 3퍼센트의 학생들만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당시의 졸업생들을 다시 만나 이번에는 삶의 행복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꿈 노트를 가지고 있던 3퍼센트의 사람들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20년 전 노트에 적었던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1972년 미국의 라이프 잡지에는 존 고다드라는 탐험가를 주인공으로 한 기사가 게재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의 꿈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다. 존은 소년 시절 살아가는 동안 꼭 하고 싶은 127가지의 꿈을 수첩에 적어놓았다. 그는 세계의 주요 고산 지대 등반과 큰 강 탐사 등을 비롯해 비행기 조종법 배우기,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전집 읽기 등 결코 쉽거나 간단하지만은 않았던 꿈들을 하나하나 실천하여 50세가 되기 전, 그 꿈을 거의 실현할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면 이루고 싶은 꿈을 써오라는 숙제를 냈다. 학생들은 미래의 꿈을 노트에 열심히 적어서 제출했는데 선생님 눈에는 그 꿈들이 너무나 황당해보였다. 제자들에게 현실적인 안목을 길러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선생님은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학생들에게 꿈 노트를 다시 써 오라고 했고, 학생들은 자신의 가정환경, 학교성적 등을 고려해 충분히 이뤄질 법한 꿈들로만 골라 적어냈다. 그런데 먼티라는 학생만큼은 예외였다. 목장을 떠돌며 잡일을 하고 있던 아버지와 단 둘이 트럭 뒤 칸에서 살고 있었던 먼티는 ‘200에이커에 달하는 목장을 소유하고 경주마 트레이너들을 고용해서 순종 경주마들을 기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고 적힌 꿈 노트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제출했다. 거기에는 목장의 조감도를 비롯해 목장의 구조, 기르게 될 가축과 목동의 수 등이 총 일곱 페이지에 걸쳐서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따지며 먼티를 설득하던 선생님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는 그에게 낙제점수를 주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먼티가 꿈의 노트에 적은 내용들이 거의 완벽하게 구현된 목장이 생겼다. 목장의 주인은 당연히 먼티였다.
꿈을 글로써 기록하는 것. 꿈을 이루어가는 수많은 방법들 중 하나로 매우 단순해 보이기까지 한 이 행위가 꿈의 능력을 무한대로 배양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꿈이 가진 놀라운 에너지
꼭 글로 기록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꿈꾸면 그 꿈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이론이 있다. 근간에 성공의 비결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R=VD 공식’이다. 이른바 “생생하게(Vivid) 꿈꾸면(Dream) 이루어진다(Realization)”는 것.
전 세계에 250개가 넘는 호텔을 세운 호텔 왕 ‘콘라드 힐튼’은 “사람의 미래는 재능이 아니라 그가 마음속으로 생생하게 그리는 그림에 의해 결정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호텔 종업원이었을 때 미국에서 가장 큰 호텔의 사진을 책상에 붙여놓고 그 호텔의 주인이 되는 자신의 모습을 ‘강렬하게’ 상상했다. 단순히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정도가 아니라 하루에 수십 차례씩 생생하게 자신의 미래를 꿈꾼 것이다. 그리고 15년 뒤, 그는 미국에서 가장 큰 호텔의 주인이 되었다.
“내가 호텔에서 종업원 생활을 할 때 내 주위에는 똑같은 처지의 종업원들이 있었다. 능력이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도 많았고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성공했다. 성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꾸는 능력이다”고 한 그의 말처럼 꿈꾸는 능력은 그저 쓸데없는 몽상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작용한다.
흔히 이런 경험들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구두를 하나 장만해야겠다 마음먹고 밖에 나가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두에 자꾸 눈이 간다. 같은 이치로 임신한 여성들의 눈에는 임신한 여자들만 보이고 취직이 목표인 청년은 사소한 구인 광고에도 시선이 멈춘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바로 두뇌의 RAS(Reticular Activating System: 세망신경계)기능 때문이다.
이 RAS는 주의력과 집중력을 관장하는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하여 뇌로 하여금 학습, 자기 통제, 동기 부여 등을 하게 하는데 두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만 걸러서 전달하는 특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온갖 종류의 정보들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뇌의 혼란 상태를 막는 한편, 관심의 대상이 되는 정보에 대해서만 감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우리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우리 두뇌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무의식적으로나마 목표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만한 행동을 하게 된다.
하버드대학교의 한 연구 결과는 생생하게 꿈꾸는 습관이 RAS에 주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연구진은 동일한 지적 수준의 실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 다음 과제를 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그냥 진행시켰다. 그 결과 두 번째 그룹이 55퍼센트의 완성도를 보인 반면, 첫 번째 그룹은 100퍼센트의 과제 수행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생생하게 꿈을 떠올린 실험자들이 거기에 온 신경을 몰두하여 최고의 집중력을 보인 결과다.
꿈꿀 수 있다면 이룰 수 있다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꿈을 성취하는 것처럼 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지 못할까? 그것은 주위에 꿈을 마음껏 꾸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과의 괴리, 꿈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인 견해, 꿈의 가치 상실 등이 처음 가졌던 꿈에 대한 열정을 점차 사그라지게 한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것을 해내?’, ‘지금도 괜찮은데 꼭 해야 하나?’ 하는 등의 부정적인 생각으로 현실에 안주하거나 꿈을 포기해버리게 만든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열두 살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기를 꿈꿨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영화감독을 단순히 소망한 게 아니다. 나는 내 꿈을 분명하게 그렸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감독이 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꿈이 금방 실현된 것은 아니다. 영화계에 뛰어들고도 무려 9년이 넘도록 철저히 소외되었던 그는 뜻밖의 기회에 자신의 영화관을 인정해주는 제작자를 만나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작으로 선정된 데뷔작을 만들어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뒤바꾸는 꿈. 인류의 역사도 끝까지 꿈을 지킨 자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이 시대 우리가 누리는 모든 풍요도 과거에 살았던 사람이 꾸었던 꿈이 현실로 나타난 것들이다.
불가능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영영 묻혀버릴 뻔한, 하늘을 나는 꿈도 끝까지 꿈을 지킨 자들에 의해 마침내 실현되었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꿈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세계 어디서나 편리하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 누군가의 미지에 대한 동경으로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었고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우주 탐사가 가능해졌다. 한낱 몽상가가 꾸는 헛된 망상으로 치부되어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 했던 꿈들이 오늘날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당당히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꿈을 이루어낸 사람들은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까지 생생하게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눈앞에 닥친 시련도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보며 꿋꿋이 이겨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늘 꿈을 되새기고 그 가치를 재인식하면서 끝까지 생생한 꿈을 꾸었던 노력들은 결국 ‘성공’이라는 아름다운 결실로 그들의 품 안에 안겼다.
복음의 생생한 꿈을 꾸자
이삭의 맏아들 에서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떤 꿈을 꾸었을까. 장자이니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유업을 이어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반면 야곱은 비록 차남이지만 집안의 유업을 잇는 장자의 축복, 그것을 얻는 꿈을 간절히 꾸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팥죽을 쑤고 있을 때 배고픈 형이 그것을 청하자마자 “형의 장자의 명분을 내게 팔라”는 말을 할 리가 없다. 늘 마음에 두고 간절히 바라던 바였기에 뜻밖의 상황을 일생의 기회로 삼았던 것이고, 그 마음을 긍휼히 여긴 어머니 리브가의 도움으로 마침내 장자의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
사도들이 꾸었던 꿈은 또 어떤가. 복음이 온 천하에 전파되리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예언은 당시 상황에서는 도무지 믿기 힘든 말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어려움과 역경을 이기고 이방 나라에 담대히 복음을 전한 것을 보면 그들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비전을 확실히 믿고 생생한 복음의 꿈을 꾸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리 안에서 얼마나 확실한 꿈을 꾸고 있는가.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늘의 왕 같은 제사장의 직분을 허락하셨다(벧전 2장 9절). 현재는 비록 비천한 인생일지라도 훗날 하늘에서 세세토록 영광을 누릴 하늘 자녀로서의 축복이 약속되어 있다.
“ ⋯ 그때에 네 백성 중 무릇 책에 기록된 모든 자가 구원을 얻을 것이라 땅의 티끌 가운데서 자는 자 중에 많이 깨어 영생을 얻는 자도 있겠고 수욕을 받아서 무궁히 부끄러움을 입을 자도 있을 것이며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취리라” 단 12장 1~3절
창조주 하나님께서 확약하신 이 예언은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확실한 비전이자 꿈이다. 우리의 이 소중한 꿈도 오직 생생하게 꾸는 자들만이 이룰 수 있다. 현실의 여건과 주변의 이목을 따지면서 복음의 가치를 소홀히 여긴다면 그저 그런 허망한 꿈에 불과하겠지만, 반드시 될 것이라 믿고 그 꿈을 생생하게 그리는 이들에게는 놀라운 복음의 에너지가 발산되도록 하나님께서 무한한 능력을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꾸는 꿈은 세상 사람들이 이 땅의 것만을 바라며 꾸는 꿈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정된 현실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세상의 꿈과는 달리 복음의 꿈은 영원의 세계에서 끝없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우리는 꿈을 이루기에 가장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녀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하늘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복음의 꿈을 잊지 않도록, 생생한 복음의 꿈을 향해 달려가서 마침내 이루도록 하시기 위해 하늘 어머니께서 우리와 함께 이 땅에 거하신다.
지금까지 복음의 꿈을 생생하게 꾸어본 기억이 없고 그로 인해 놀라운 복음의 에너지를 제대로 발산해보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도전해보자. 하늘의 왕 같은 제사장이 되어 세세토록 왕노릇하는 멋진 장면을 ‘강렬하고 생생하게’ 꿈꿔보자. 우리의 온 마음과 눈과 귀가 활짝 열리며 꿈을 향한 발돋움이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이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꿈은 그것을 생생하게 꾸는 자들의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