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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던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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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미국 프로 야구 리그에서 한 투수가 ‘이퍼스볼(Eephus ball)’이라는 구종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직구보다 절반가량 느린 80~90km/h의 속도로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에 높이 솟았다가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타자들은 새로운 유형의 볼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날아드는 공의 궤적과 속도가 일반적인 투구의 범위를 벗어나는 까닭에 타격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퍼스볼을 선보인 선수는 립 슈얼(Rip Sewell)입니다. 프로 야구 리그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사고로 발을 다쳐 한동안 제대로 걸을 수 없었습니다. 발로 체중을 지탱하지 못하니 강속구를 던질 수도 없었지요. 그의 선수 생명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 상태로 던질 수 있는 볼을 개발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사고 이듬해 경기에 출전해 이퍼스볼과 직구를 번갈아 던지며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 전략으로 방어율을 높인 슈얼은, 300경기 중 홈런을 한 번밖에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이어나갔습니다. 1948년에는 승률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지요. 벼랑 끝에서 던진 승부수가 그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