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헤타우다의 바카이야라는 지역에는 타망 민족과 마지 민족이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두 마을이 형성되기까지 타망 민족과 마지 민족은 수 세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상대방이 믿는 신을 노엽게 할 목적으로 마지 민족은 돼지의 지방을 타망 민족의 신전에 뿌리고, 타망 민족은 소의 지방을 마지 민족의 신전에 뿌리는가 하면 한번은 극심한 싸움으로 마을 전체가 이주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를 시온에서 만난다면 어떨까요? 어느 민족 출신인지는 시온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2019년 승천일 기념예배 때 두 마을에 사는 성도들이 어머니의 사랑 안에서 더욱 하나가 된 시온의 향기를 전합니다.
야외에서 드리는 승천일 예배 장소는 카지포카리라는 곳이었습니다. 식구들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식사를 준비해서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을 부지런히 걸어 카지포카리에 도착했습니다.
은혜로운 승천일 오전 예배가 끝나고 식사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각 마을 사람들끼리 식사하려는 분위기라, 가지고 온 음식을 다 같이 나눠 먹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더니 마지 식구들도, 타망 식구들도 약간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습니다. 알고 보니 마지 쪽에서는 밥과 스프에 비해 반찬이 부족했고, 타망 쪽에서는 근처 가게에서 찌우라(말린 쌀)를 사 먹을 요량으로 반찬만 잔뜩 준비해왔더군요. 한쪽은 반찬이 없어서, 다른 한쪽은 밥이 없어서 같이 나눠 먹자고 선뜻 음식을 내놓기가 민망했던 것입니다. 상대방이 맛있는 식사를 못하게 될까 봐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문제가 안 됐습니다. 마지에서 준비해온 밥, 타망에서 가져온 반찬으로 같이 식사하면 됐으니까요. 저로서는 사전에 상의하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토록 절묘하게 음식을 맞춰 가지고 왔는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흔치 않은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타망 식구들은 자신들은 덜 먹어도 괜찮으니 마지 쪽 식구들에게 많이 드시라고 계속 반찬을 내놓았고, 마지 식구들 역시 자신들은 밥이 부족하면 로티를 먹어도 된다며 밥을 내리 퍼주었습니다. 서로 더 많이 먹으라고 양보하면서 식사하는 동안, 부족할 것 같았던 음식이 오히려 남아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는 듯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다 함께 앉아 그간 오해했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화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부분 진리를 영접한 지 얼마 안 된 새 식구들이라 처음 보는 사이도 있었지만 두 마을의 해묵은 감정을 의식해서였는지 “제가 많이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더 말씀드리자면 유월절이 다가올 즈음에도 식구들이 연합하여 감동을 준 사연이 있는데 이번에는 타망 지역 식구들만의 이야기입니다. 평소 가까운 예배소에서 하나님의 규례를 지키던 식구들이 유월절은 헤타우다 본교회에서 지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유월절 전날 갑자기 큰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가 헤타우다로 연결된 도로를 봉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교통편이 어렵게 되자 다른 지역 식구들은 하루 종일 걸어 중간 지점에 있는 허티야 시온에 도착한 다음 그곳 식구의 트랙터를 타고 본교회로 왔습니다. 템포(세발택시) 요금을 평소보다 5배나 넘게 지불하고 온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타망 마을 식구들은 차가 없어 끝까지 걸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월절을 제시간에 지키려면 자정 무렵 출발해야 했습니다. 학생을 필두로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 며칠 동안 갈아입을 옷가지 등을 짊어진 장년들이 밤늦은 시간에 어두운 길을 나섰습니다.
헤타우다로 오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 눈꺼풀은 무겁고,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프고, 갈증은 나고…. 지친 몇몇 새 식구들은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집으로 돌아가려는 마음까지 먹었습니다. 유월절부터 부활절까지 성경에 기록된 새 언약의 절기를 본교회에서 은혜롭게 지키겠다는 각오로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을 이웃집에 맡겨놓고 야심 차게 출발했으면서도 너무 힘들다 보니 애초의 목적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이때 앞선 식구가 어떻게 해서든지 헤타우다에 가야 한다며 식구들을 다독였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식구들은 앞선 식구를 따라 헤타우다교회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절기를 지키고 하나님의 넘치는 사랑과 희생을 마음에 새긴 식구들이 승천일 예배 때 영적으로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합. 세상에서는 힘들지 몰라도 시온에서는 가능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천국을 소망하는 마음만 있다면요. 헤타우다 식구들 모두 아름다운 연합으로 하나님을 날마다 기쁘시게 해드리는 자녀들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시 133편 1~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