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달라도 문제없다

성격은 타고난 기질 위에 환경적인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성격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성격이 바뀌기를 바라기보다 대화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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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누굴 닮아서 이럴까?”, “직장 후배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쟤는 사차원에서 왔나 봐”, “살다 보니 너무 안 맞아서 갈라섭니다”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는 원인으로 가장 흔하고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성격 차이’다. 교우 관계로 힘들어하는 학생, 일보다는 사람이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 가정불화를 겪는 사람들이 상대방 혹은 자신의 성격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같은 집단에 속한 이의 성격으로 그 집단에서의 만족도까지 측정한다. 성격을 이유로 누군가를 멀리하거나 가까이하기도 한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의미 있는 관계일수록 성격을 중요하게 여기며, 심지어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잦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해 아예 관계를 끊기도 한다.

재미로 보는 별자리별·혈액형별 성격 유형에 이어 최근 널리 이용되는 성격 유형 지표 ‘MBTI’1까지, 성격 검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자신과 타인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데 흥미와 관심을 보이는 현상도, 결국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와 맥락을 같이한다. 삶의 중요한 부분인 인간관계에서 성격이 핵심 역할을 하니, 성격은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1.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

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성격이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을 뜻한다. 성격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정체성의 핵심으로, 가치관·말투·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는 방법·선택의 기준 등이 성격에서 기인한다.

한번 울음을 터뜨리면 잘 멈추지 않는 아기가 있는가 하면, 안아서 달래면 금방 그치는 아기가 있다. 웬만해서는 울지 않는 아기도 있다. 같은 신생아실에 있어도 아기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저마다 ‘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성질로서, 외부 자극에 대해 자동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 성향을 말한다. 여기에 부모의 양육 방식과 태도, 주위 환경, 경험 등이 융합되어 ‘성격’을 이룬다. 한마디로 성격은 기질이라는 선천적인 요인에, 살면서 겪는 후천적인 영향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기질과 환경 중 어느 쪽이 성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연구가 계속되는 오늘날까지도 성격에 대한 이론과 정의가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아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내적 갈등과 타협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존재이기에, 성격의 특성과 구조 역시 그만큼 복잡다단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사람 속은 들여다볼 수 없으니 속속들이 알기 어렵고 딱 잘라 판단할 수도 없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이 성장기를 거쳐 만 18세 무렵이 되면 성격이 고착된다고 본다. 불같던 성격이 나이가 들면서 온화해졌다거나, 거친 일을 하면서 드세졌다든지, 혹은 운동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등 장기간에 걸쳐 성격이 어느 정도 변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번 굳어진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쪽으로 성격심리학자들은 공통된 견해를 보인다.

성격 차이가 갈등의 주범?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격도 다르다.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동일한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라도 같지 않다. 인류가 78억이면 78억 개 유형의 성격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성격 차이’는 가까운 가족은 물론 살면서 누구를 만나든 경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람끼리도 잘 지내는가 하면, 성격이 비슷해도 자주 다투는 사이가 있다. 성격이 너무 비슷하면 자신의 싫은 모습을 상대로부터 발견하게 되는 부정적인 측면도 따른다. 결국, 성격 차이 때문이라 말하는 갈등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갈등의 진짜 원인은 성격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데 있음을 알게 된다.

하나는, 상대방이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경우 “성격 참 희한해”, “이럴 땐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며 상대방의 성격을 문제 삼는 일이다. 성격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형성되고, 무의식중에 발현되므로 자신도 어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성격을 지적하면 반발심이 생긴다.

또 하나는, 의견이 엇갈릴 때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거나 짜증, 비난, 분노 등을 표출하는 일이다. 감정에 중점을 둔 가족관계 연구의 전문가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는 부부 갈등의 근본 원인이 성격 차이가 아니라 잘못된 대화 방식에 있다고 강조한다. 좋은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좁고, 다름을 수용하지 못해 관계 단절로 이어진다는 해설이다.

마지막으로,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며 자신은 바뀌기 싫어하고 상대방이 맞춰주기만을 바라는 심보 때문이다. 상대방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해 그의 성격을 바꾸려 하거나, 사랑한다면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는 생각,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성격상의 이유로 고집하면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가족과 부대낄 때, 갈등의 원인으로 서로의 성격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소통 방식이 어떤지 곰곰이 살펴보자.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상대방에게 편견을 가지는 건 아닌지, 어떤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지 돌아보면 문제와 해결법이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성격 차이가 갈등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성격은 사람마다 지닌 고유한 특성으로 각기 다를 뿐, 주관적인 평가에 따라 ‘좋다’, ‘나쁘다’, ‘이상하다’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각각의 성격에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장점만 있다거나 단점만 있는 성격은 없다.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선택에 의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갈등을 빚지 않으려면 우선 상대방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바꿔, 내면의 훌륭한 점을 발견해야 한다.

만일 불편한 점이 있다면 상대방이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기분 좋게 수용할 수 있도록,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컨대 치약을 중간에서 짜는 게 불만이라면 “왜 치약을 중간에서 짜요?”라며 비난하거나 화내는 대신 “치약을 중간에서 짜면 뒤에서부터 밀어서 사용하는 사람이 불편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왕이면 뒤에서부터 짜는 게 어때요?”라고 자신의 바람을 말하는 식이다.

상대가 불편하고 서운한 점을 토로하면 설령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게 뭐 어때서?” 하고 반박하지 말고, 말을 끝까지 잘 듣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일이라도 상대방에게는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면 상대방이 ‘나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좋다. 실상 나는 상대방이 아니기에 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어느 한쪽으로 의견을 모으려 애쓰기보다, 해결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한다. 치약을 어디서부터 짜느냐로 옥신각신하지 말고 치약을 두 개 꺼내어 따로 쓰는 것이다.

사이좋게 지내는 가족은 성격이 잘 맞는다기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기분 좋게 대화함으로써 갈등 상황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대화가 잘되면 성격 차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이 편안하게 느끼는 방식과 태도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나의 성격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하여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자극을 인지하고 감정을 느끼며 생각하는 과정을 의식하여,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성숙함과 유연함을 기르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과 타인의 성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대화 방식을 바꿔 상대와의 마찰을 줄이려고 노력하면 관계는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 ‘인간관계’가 행복한 삶의 가장 큰 척도로 꼽혔다. 삶의 기쁨과 행복은 다른 사람과 얼마나 잘 지내느냐에 달린 것.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말처럼, 인간관계는 살아가는 동안 끝나지 않는 숙제다.

사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상대방을 배려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나에게 크나큰 보상으로 돌아온다. 나와 다른 성격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고, 지혜·인내·절제·덕(德)과 같은 좋은 성품의 덕목이 두루 갖춰지기 때문이다.

타고난 기질과 자라면서 다져진 성격 위에,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며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노력이 더해지면 좋은 성품으로 귀결된다. 그 바탕에 어떤 기질과 성격이 깔려 있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공들여 쌓은 좋은 성품은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