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특보가 발효된 다음 날 아침, 시온에서 제설 봉사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채비를 마치고 시온에 도착하고 보니 입구부터 각종 제설 도구를 들고 있는 식구들로 북적였다.
곧바로 조를 짜고 각자 위치를 정한 후 해당 지역으로 향했다. 이미 눈이 다 녹은 시온 주변의 큰 도로와 달리 골목길에는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얼어 온 동네가 빙판길이었다.
마치 스케이트장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제설 작업을 시작했다. 누가 나서서 따로 일을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삽을 가진 식구가 얼어 있는 눈을 깨면 빗자루를 든 식구는 얼음을 쓸어 모았다. 넉가래를 가져온 식구들은 모인 눈덩이들을 밀어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모퉁이에 쌓았다.
식구들과 손발이 척척 맞는 제설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라 하신 하나님 말씀이 생각났다. 손은 손대로, 발은 발대로 각 지체가 사명을 다하듯 식구들은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훌륭히 해냈다. 한파에도 불구하고 식구들의 얼굴에는 추위가 무색할 만큼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빙판길이었던 골목은 어느새 제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도, 혹여 넘어질까 조심조심하던 어르신들도 안심하고 길을 걸었다. 한 가게주인은 자신의 가게 앞까지 치워줘서 고맙다고 봉사자 모두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해주었다. 골목을 지나가던 차량 주인들도 지나가면서 인사를 건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제설 작업을 하는 사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동네의 눈을 다 치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시온으로 돌아왔다. 몸을 많이 써서 여기저기 쑤시고 아플 텐데 식구들은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기 바빴다. 수고의 말이 오가고 따뜻한 식사와 커피를 서로 양보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시온에서 많은 봉사 활동을 했지만 제설 작업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몰랐다. 그러나 시온에서 하는 봉사에 ‘처음’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식구들과 한 몸이 된 덕에 길에 얼어붙었던 눈을 금방 치울 수 있었고 보람은 배가 되었다.
하나님께서 연합과 화합을 당부하신 이유를 알 것 같다. 식구들과 하나 되어 한마음으로 움직인다면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솟아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