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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처럼

한국 광주, 조은비

2227 읽음

집에서 막내인 저는 힘들고 궂은일을 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부모님 생신조차 항상 언니가 주도해서 생신상을 차리고 선물을 챙겼기에 저는 딱히 신경 쓸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가오는 엄마의 생신에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언니가 외국으로 가고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넌지시 “딸이 끓여주는 미역국 먹고 싶다”라고 말씀하셔서, 혼자 미역국을 끓일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곧 스무 살이 되는데,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요리라고는 기껏해야 라면뿐입니다. 그런 저에게 미역국 끓이기는 고난도 미션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조리법을 찾아보면서 밤낮으로 연구해 봤지만 ‘내가 과연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만 커졌습니다. 어느새 엄마의 생신날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늦은 밤 자려고 누웠을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언니였습니다.

“여보세요?”

“미역국 끓일 줄 알아?”

대뜸 그렇게 묻는 것을 보니 언니도 제가 엄마 생신상을 잘 차릴 수 있을지 걱정됐나 봅니다. 언니는 미역국의 ‘미’ 자도 모르는 저를 위해 한 시간이 넘도록 미역국 끓이는 법을 세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조리법을 다 이해했는지 여러 번 확인한 후에야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언니 몫까지 다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미역국 끓이기에 돌입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요리라 쉽지는 않았지만 언니가 알려준 조리법을 떠올리며 두 시간 동안 씨름한 결과, 마침내 참치 미역국을 완성했습니다. 엄마는 서툴고 부족한 점을 뒤로하고, 딸들의 사랑이 담겨 있어 매우 맛있다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엄마의 생신상을 내 손으로 차렸다는 뿌듯함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언니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미역국 잘 끓였어?」

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행히 잘 끓였다’는 희소식을 언니에게 전했습니다. 타국에 있으면서도 부모님의 생신을 잊지 않고 챙기는 언니를 보면서, 부모님을 향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언니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아직은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어디에 있든지 항상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언니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