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한국 창원, 조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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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어리기만 할 줄 알았던 아들 녀석이 어느새 내 키를 훌쩍 넘어섰다. 품 안에 쏙 안겨오던 사랑스러운 아이 때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한데, 이제 내가 아이에게 안겨도 될 것 같다.

뿌듯하다가도 문득 서운해지는 이유는 내가 더는 아이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한 보만 떨어져도 금세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 없으면 못 살아” 하던 아들이, 자라면서 또래들과 관심거리를 공유하더니 엄마를 찾는 횟수가 뜸해졌다. 지금 이 녀석의 머릿속에 엄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잠깐 생각해보다가 그만둬버렸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란 어차피 부모 쪽에 편중된 것 아니겠는가. 생각해봐야 씁쓸할 뿐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엄마의 기대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딸이었다.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엉뚱한 책만 보는가 하면, 한동안은 라디오 음악 채널에 사연 보내는 일에만 푹 빠져 지내기도 했다. 이런 것들 외에도 엄마의 속을 썩인 나의 일들은 하나하나 다 열거하기 곤란할 정도다.

그때는 엄마의 관심이 간섭으로만 느껴졌었다. 엄마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짜증도 불쑥불쑥 치솟아 괜히 엄마에게 모진 소리를 하곤 했다.

“엄마 딸이 이것밖에 안되는 걸 어쩌라고. 아, 몰라 몰라. 더 이상 잘할 자신 없으니까 그냥 좀 내버려 둬.”

다 귀찮다는 듯 엄마에게 툭툭 던져댄 말들이 생생히 기억난다. 이런 말을 내가 아들에게 들었다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하니 나는 정말 너무나도 철없는 딸이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큰딸은 그냥 내버려두고 당신의 인생이나 더 즐겁게 사셨으면 좋았을 것을 바보처럼 엄마는 오로지 자식밖에 몰랐다. 그저 자식만 바라보고 자식만을 위해 살았다.

결코 다 돌려받을 수 없는 줄 알면서도 내내 주기만 하는 ‘내리사랑’. 이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 있다면, 자녀가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직 자녀 잘되기만을 바라는 진심을 깨달은 자녀라면 적어도 엄마의 근심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 보여주는 위대한 사랑에는 그 실체가 존재한다. 오직 하늘 자녀들의 구원만을 바라시는 ‘우리 어머니 하나님’이 바로 그 실체이시다.

“나의 모든 관심은 오직 여러분입니다” 하신 하늘 어머니의 말씀은 자녀를 키워본 엄마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와 닿는다. 당신의 모든 것을 다 주시고도 더 주고 싶어 하시는 하늘 어머니의 마음이 자녀들의 척박한 가슴에 단비를 내리고 메마른 눈가를 촉촉하게 적신다.

더 이상 구원과 멀어지는 행동으로 어머니께 근심을 끼쳐드리지 않으리라. 그것이 우주 최초로 시작된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