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사촌 언니의 인도로 하나님의 교회를 다녔습니다. 부모님은 반대하셨지만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형제자매가 아름다운 연합을 이루는 시온이 마냥 좋았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부모님도 신앙생활을 허락하시고 나자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꿋꿋하게 믿음을 지키다, 평화로운 시기에 오히려 진리를 소홀히 여겼던 것처럼요. 시온을 향하던 마음은 점점 세상으로 향했고 믿음 생활에 게을러졌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이곳저곳 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살면서 그것이 진정한 자유고 행복이라 믿었습니다. 세상이 다인 양 천국에 대한 소망도, 하나님도 아예 잊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 시련이 닥쳤습니다. 병치레가 잦던 아이들이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해에 병원에 입원했는데 작은아이가 고열에 시달리며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제야 하나님이 생각났습니다.
‘하나님, 제발 당신께서 창조하신 이 작은 생명이 꺼지지 않게 지켜주소서!’
다행히 아이는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저는 이따금씩 하나님의 존재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출근하는 길이었는데 남편이 뜻밖의 말을 하더군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이, 누군가 계셔서 그분의 이끄심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그 누군가가 하나님이심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하나님을 떠나 있던 시간 동안 잊을 만하면 꾸는 꿈이 있었습니다. 시온 맨 뒷줄에 앉아서 가만히 예배를 드리고 있는 나. 꿈속에서도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을까’ 의아해하다 깨어나고는 했지요. 하나님은 그렇게 끊임없이 저를 부르고 계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얼마나 저를 애타게 기다리시는지 온전히 깨닫게 된 것은 작년 봄, 시온에서 믿음 생활을 하고 있는 새언니와 통화를 하면서입니다.
“아가씨, 이제 아이 엄마가 되었으니 어머니 마음 조금이라도 이해되지 않으세요? 자식을 잃어버린 엄마의 마음.”
새언니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전화기를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어머니를 그토록 외면하고 살았는지….
남편에게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시온에 다시 나가고 싶다고 하자 고맙게도 함께해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안긴 어머니의 품은 변함없이 따뜻했습니다.
탕자를 불러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도 떠나 있던 시간이 너무나 죄스러워 ‘내가 과연 죄 사함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인근 시온에 어머니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감히 설 수 없는 죄인이라 어머니께 편지를 쓰기로 하고 지난날의 잘못들을 하나하나 써내려갔습니다. 쓰는 내내 눈물만 나왔습니다.
‘어머니를 한 번만이라도 뵐 수 있다면!’
가슴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영혼의 소리였습니다.
용기를 내 어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13년 만에 다시 뵌 어머니의 모습. 내 죄악으로 상하신 것 같아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정말 잘못했습니다. 어머니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이 죄인 용서해주세요.’
이 자녀, 눈물로 회개합니다. 패역해서 어머니를 떠났던 죄 많은 자녀를 다시금 불러주신 은혜 잊지 않고 엘로힘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일에 정성을 다하며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