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 식물을 키우고 싶어서 화분 가게에 들렀습니다. 정성 들여 키울 자신은 없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식물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가게 아주머니가 ‘싱고니움’을 권했습니다. 녹색 바탕에 은백색 무늬를 품은 싱고니움의 싱그러운 잎을 보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게을러야 잘 키울 수 있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어 그대로 집에 데려왔습니다.
아주머니의 말처럼 싱고니움은 정말 잘 자랐습니다. 햇빛도 바람도 없는 장소에 두고 가끔씩만 물을 줘도 새 잎이 나왔고, 먼저 나온 잎들은 건강한 초록빛을 파릇파릇 뽐냈습니다. 바라던 대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한동안 잘 키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녹색 잎들이 누렇 게 변하면서 축 늘어졌습니다. 반짝이 던 은백색 무늬도 눈에 띄게 흐려졌습니 다. 이유를 몰라서 햇빛이 잘 드는 창가로 옮기고 평소보다 물을 더 자주 주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처음과 달리 몇 개 남지 않은 잎을 힘 없이 늘어뜨린 싱고니움은 이제 볼품없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새로운 식물을 키울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오랫동안 길렀는데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서 뒤 늦게 싱고니움의 특징을 찾아봤습니다.
「싱고니움은 원래 열대에 사는 식물인데, 햇빛이 강한 곳에 두면 시들어버리고 그늘에서만 키워도 잎이 누렇게 변하기 때문에 햇빛 조절이 중요하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지만 과하면 뿌리가 썩을 수 있으니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싱고니움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물만 줬으니 탈이 날 만도 했습니다. 곧바로 햇빛이 조금 드는 곳으로 싱고니움을 옮겼습니다. 흙이 마르면 물을 주고 영양제도 꽂아줬습니다.
많이 늦긴 했지만 다행히 싱고니움은 하루하루 본래의 색을 되찾아갔습니다. 한 달가량 지나자 은백색 무늬가 다시 선명해지고 새싹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 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식물을 왜 진작 사랑으로 가꾸지 못했는지 참 미안 했습니다.
싱고니움을 키우면서 그동안 주위의 영혼들을 대했던 태도와 마음가짐을 반성했습니다. 싱고니움의 특징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관심 없이 물만 주고는 할 일을 다했다 여겼던 것처럼, 저 역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영혼들에게 무작정 지식만을 전하고 만족해버리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관심’은 사랑이 있어야 생깁니다.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영혼을 사랑 하는 마음을 꼭 가져야 합니다. 생명수를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꼭 필요합니다. 한 영혼 한 영 혼에 따뜻한 관심을 갖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리라 다짐해봅니다. 메말랐던 영혼들이 싱고니움처럼 싱그럽게 소성할 것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