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왜 불러/뒤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보았지/어쨌소?/이 몸이 늙어서 몸보신하려고 먹었지/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라지”
대중가요 ‘잘했군 잘했어’의 한 토막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영감이 한 행동은 결코 잘한 일이 아니다. 병아리를 키워서 팔면 살림에 보탬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아내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그것도 자기 혼자 몰래 먹어버렸으니 아내가 화를 내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잘했다며 오히려 남편을 칭찬하고 있다. 이 노래가 인기를 끄는 것은 재미있는 가사와 함께 상대의 철없는 행동에도 무조건적으로 잘했다며 치켜세워주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훈훈하게 비치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에 이런 사람만 있다면 싸울 일도 없을 터. 금실 좋은 노부부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듯 칭찬은 다툼을 물리치고 화목을 가져다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동물과도 소통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가 칭찬이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친밀감을 더하는 데 칭찬만 한 것이 있으랴. 그런데 타인에게는 아부까지 서슴지 않고 하면서 정작 가족에게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많다. 쑥스러우니까, 가족에게는 잘 보이지 않아도 되니까, 또는 가족에게 갖는 기대로 인해 칭찬보다 지적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칭찬은 사람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든다. 그러니 인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감싸주고 칭찬하는 소통법, 일명 ‘잘했군 잘했어 소통법’으로 가족의 기를 살려주자.
칭찬이란 무엇인가
1. 칭찬은 누구에게나 통한다
“참 잘했어요.” 유치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곧잘 하는 말이다. 사리 분별 못하는 아이들도 칭찬을 해주면 칭찬받을 일을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자주 받는 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학업 성적이 월등히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 직장인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잘했군요. 수고했어요”라는 말이라고 하니, 사람이 칭찬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말 못하고 못 듣는 식물조차 칭찬해주면 더 잘 자란다. 동물도 칭찬을 받으면 재주를 부린다. 그러니 ‘감정의 동물’인 사람에게 칭찬이 큰 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 칭찬은 믿음이다
글로리아 베크는 자신의 저서 「달콤한 칭찬」에서 ‘부모가 아이를 믿어주는 것보다 더 큰 칭찬은 없다’고 했다. “엄마가 안 계시면 누가 절 깨우죠?”라고 아이가 물었을 때, “엄마는 네가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 믿어”라고 대답한다면 아이는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면 나를 이해해주고 인정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므로 의욕이 충만해지고, 칭찬해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분발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때로는 잠재능력을 발휘하여,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가능하게 만든다.
3. 칭찬은 긍정적인 마음이다
칭찬은 받는 사람뿐 아니라 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칭찬을 하면 긍정적인 가치관을 갖게 되며, 이해심도 깊어진다. 작가 밥 콩클린은 싫은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사고개선법을 소개하길,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을 완고한 사람이 아닌 신념이 강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돈을 아끼는 사람을 구두쇠 대신 절약가라 생각하라고 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싫은 사람도 칭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하게 된다. 상대방의 단점만 본다면 칭찬할 수 없다. 마음만 있다면 칭찬할 거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 없듯 장점 없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4. 칭찬은 관심이다
칭찬은 특별히 훌륭한 일을 하지 않았을 때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내가 머리를 손질했을 경우, 남편이 “헤어스타일 달라졌네. 잘 어울려”라고 한마디만 건네도 아내의 기분은 좋아진다. 그러나 만일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새 등이 달라졌는데도 가족이 알아채지 못한다거나 아무 반응이 없다면 서운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것은 관심이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늘 관심을 기울여 작은 변화도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표현해보자.
5. 칭찬은 메아리다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도 칭찬하지 못한다. 또, 칭찬을 받고 싶어서 스스로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은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든다.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갖기 전에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칭찬해주자. 칭찬에 후한 사람이 후한 칭찬을 받는다.
칭찬으로 인생의 꽃을 피운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가족의 칭찬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많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에디슨이 천 개 넘는 특허를 가진 발명왕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 어머니의 칭찬 덕분이라는 사실은 이미 다 알려진 바다.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아인슈타인 역시 학교에서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아이로 취급받았지만 그의 어머니로부터 “너는 다른 아이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단다. 남과 같아서야 어떻게 성공하겠니?” 하는 칭찬과 격려를 받은 것을 계기로 위대한 과학자가 되었다.
매일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새로운 엔진을 개발한답시고 헛간에서 밤을 지새우는 남자가 있었다. 당시 자동차는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사치품이었는데, 그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싼값에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그에게 쓸모없는 일을 한다며 비웃었지만, 단 한 사람 그의 아내만은 그를 믿고 응원해주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이야기다.
때로는 가족이 부족하고 미덥지 않아 보이더라도 칭찬하고 격려해주면 큰 힘을 얻는다. 가족의 응원만큼 든든한 것이 또 있을까. 가족이 잘되기를 원한다면 진심어린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때에 맞게 칭찬하는 것을 잊지 말자.
칭찬은 이렇게
1. 비언어적인 표현과 일치해야 한다
말로는 칭찬하면서 얼굴이 굳어 있거나 무표정하거나 혹은 팔짱을 끼고 있다면 상대는 칭찬받았다고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칭찬을 할 때는 환한 웃음, 따뜻한 포옹,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등 비언어적인 칭찬과 일치해야 한다. 직접적인 말 없이 비언어적인 표현만으로도 칭찬이 가능하다.
2. 즉시 하는 것이 좋다
칭찬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쇠는 뜨거울 때 두들겨라’는 속담처럼 상대방이 칭찬받을 일을 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하는 것이 좋다. 가령, 아내가 맛있는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하자. 먹을 때는 아무 말 없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 “생각해보니까 당신이 지난달에 해준 닭볶음탕 맛있었어”라고 말하는 것과, 한입 먹는 즉시 “정말 맛있는걸. 당신 요리 솜씨는 최고야”라고 말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과 있을지 생각해보라.
3.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당신 정말 훌륭해”, “넌 정말 착한 아이야”처럼 막연한 칭찬보다는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림을 그렸을 때 “그림을 잘 그렸구나” 라는 말 대신 “여러 가지 색을 잘 사용해 그림을 그렸구나”, “어떻게 그릴지 많이 생각했구나”라고 칭찬하면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뿌듯할 것이다.
4. 과정을 칭찬하라
이전보다 나아진 결과가 있을 때만 칭찬하려고 하면 칭찬거리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대에게 부담만 가중시키게 된다. 설령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할지라도 “…하느라 힘들었지? 끈기가 대단한데!”, “열심히 했으니 괜찮아.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열정과 노력에 대해 칭찬하면 상대는 용기를 갖고 더욱 노력하게 된다.
5. 과하지 않게 한다
사실이 아닌 일로 칭찬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칭찬해서 상대방이 우쭐한 마음을 가지거나 거만해진다면 그것은 바르게 칭찬했다고 볼 수 없다. 또,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특별히 한 사람만 치켜세우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세 아들이 있는데 “역시 장남밖에 없다”라고 하면 나머지 두 아들은 힘이 쭉 빠질 것이다.
6. 상대의 라이벌은 칭찬하지 않는다
상대와 라이벌의 관계에 있는 사람을 칭찬하면 비교되는 기분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삼가야 한다. ‘엄마 친구 아들은 1등 했다더라’, ‘친구 남편은 승진했다더라’, ‘친구 아내는 정말 미인이더라’ 식으로 제삼자를 칭찬하면 듣는 가족은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칭찬해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마크 트웨인은 ‘좋은 칭찬을 들으면 그것으로 두 달은 살 수 있다’고 했고, 장 자크 루소는 ‘한 포기의 풀이 자라려면 따스한 햇빛이 필요하듯이, 한 인간이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칭찬이라는 햇빛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만큼 칭찬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늘부터 가족에게 칭찬할 점이 없는지 눈 크게 뜨고 살펴보자. 칭찬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칭찬받을 일이다. 칭찬을 받았을 때에는, 우쭐해하거나 쑥스럽다고 부인해버리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기쁨을 함께 나누도록 하자. 칭찬이 끊임없이 오가는 가정은 건강하고 활력이 넘친다.
- 참고
- 『사람을 움직이는 칭찬화술』(혼마 마사토·유카와 교코 著)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적 칭찬의 힘』(이창호 著)
- 『칭찬이 인생을 바꾼다』(우스이 유키 著)